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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묵상] 거름 흙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0 조회수663 추천수5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두더지와 달팽이 때문에 몇 년동안 농사 짓기에 실패 한 뒷마당의 조그만 밭은 역시나 올해도 또 망쳐버려 안타까운 마음이다..

 

해마다 새 거름 흙을 사다가 부어주는데 다음 해에 보면 새 흙을 넣어 준 흔적도 없이 밭은 딱딱한 진흙 덩이로 본 모습만 보일 뿐만 아니라 밭 전체 흙이 더욱 밑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농사철이 지나 농작물이 시들었을 때 뿌리를 뽑아주면서 새 흙까지 따라 버려지기 때문인 것 같았다.

 

손바닥 만큼이나 조그만 밭이 두 개가 있는데 그동안 잡풀들이 무성히 자라있었다.

한 쪽 밭의 잡풀들만 겨우 뽑아낸 후 10포대의 거름 흙을 사다 밭에 쏟아 부었다.

팔이 아픈 관계로 막내 안드레아에게 부탁을 했다. 

 

치매 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가 잘 드시는 호박을 비롯해서 옥수수와 들깨와 상치 씨를 뿌렸다.

파릇파릇 새싹이 나왔는가 싶더니 역시나 달팽이들과 새들이 새싹을 다 먹어 버렸다.

 

속이 상했다.

속이 상하니까 팔 아픈 것도 마다않고 다른 한 쪽의 잡풀들을 화김에 뽑을 수가 있었다.

겨우 화김에 기운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나는 모자라는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나머지 또다른 10포대의 새 거름 흙을 밭에 부어달라고 안드레아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부엌으로 간 사이 안드레아는 먼저 일구어 놓은 새 흙을 뿌린 밭에다 또  거름 흙을 아무렇게나 쏟아 부어 놓곤 바쁜듯이 자기 볼 일을 보러 외출을 하였다.

 

아.. 이를 어째.. 아직 옥수수 싹은 나오질 않았는데..

안드레아는 내가 진작에 씨앗을 심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내 힘으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어 더 부어진 거름 흙을 편편히 고르는데 땅 속의 많은 강원도 찰옥수수 씨앗은 싹 돋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 아까웠다.. 하지만 다시 심기로 작정을 하고 땅을 편편히 고르어 준 다음 다시 씨앗들을 심었다.

 

'이제는 싹이 날 때가 되었는데, 왜 안나올까? '

기다리는 마음은 참 묘하게 느껴진다.

 

겨우 옥수수 싹이 세 개가 나올 뿐이었다..

그래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거름 흙만 잔뜩 뿌리게 되면 흙 자체에 열이 많아 뜨겁기 때문에 씨앗이 타버려 자라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헌 흙과 새 흙을 적당히 섞어 주어야만 싹이 잘 튼다고 했다.

 

팔이 불편한 관계로 새 흙을 다른 밭으로 옮길 수가 없어서 찬 물을 자꾸  뿌려주면 흙도 시원해서 싹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은근히 요행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것은 역시나 싹이 나올 생각도 안하고 있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메마른 내 마음이 헌 흙이라면 새로 사다 잔뜩 부어진 거름 흙을 사랑으로 받아드리지 못하고 욕심과 교만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언제나 앞질러 가는 나는 낭패를 볼 적도 많기만 했었다.

늘 요행을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가끔은 힘든 상황이 닥칠 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요행을 바라곤 한다.

이것이 나의 큰 단점일게다.

 

이제는 인생 중반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내가 아직도 철이 덜 났는가 싶다.

삶의 여정속에 끝내 버릴 줄 모르는 나의 욕심과 교만은 늘 나랑 동반하게 되면서 이 세상 모든 것한테 미안한 점 투성이로 만들어 준다.

 

내 본성의 근본을 고칠 줄 모르고 요행을 바라며 위장을 하는 꼴이 되어버린 나의 욕심과 교만함,그러다 보면 나의 메마른 마음은 우리 집 뒷마당의 진흙밭 처럼 본색이 들어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난 또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내보려고 실천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을 하면서 오늘 당장 나의 교만함을 없애는 실천을 하여보았다.

 

치매걸리신 귀여운 나의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얼머전에 나의 방에 있는 화장실 변기에 설치한 비데로 인해 세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전 같으면 악악대면서 성질을 못 참으면서 돈이 아깝네, 어쩌네 하였을텐데,  보통 사람보다 꽤나  괴팍스러우신  비데설치공 아저씨한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대해드렸다.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별로였던 아저씨의 표정은 나의 친절함에 기어코 손을 들고야 마신다.

 

도리어 돌아가시면서 풍족한 만족감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늘 굳어있던 얼굴에 웃음 꽃을 피우셨다..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확실히 알아차린다.

나 역시 생각할 틈도 없이 순간적으로 와 주셔서 고맙단 말과 함께 웃음꽃을 피웠으니 말이다.

 

다른 농사는 비록 망쳤다 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엄마가 맛나게 잡수시게 될 호박 싹 하나가  두더지를 피해 아주 큰 이따만한 화분에서 잘 자라주니 제발 달팽이가 싹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더불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고 내려진 이상한 정의는 틀린 말이라고 절대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신명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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