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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셨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2 조회수576 추천수2 반대(0) 신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켰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제가 이들에게 주고, 이들은 또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제가 아버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참으로 알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요한 17,1-1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두 번에 걸쳐 긴 유언을 마치시고 이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올리십니다. 이 기도를 예전에는 ‘대사제의 기도’라고 학자들이 불렀습니다. 요즘은 “주님의 기도”라고 부릅니다.


  두 번에 걸친 고별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충분히 당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고 여기셨습니다. 그러나 화룡첨정의 마지막 때가 남았습니다. 용의 몸통과 날개를 다 그려 놓았지만 마지막 눈동자를 그려야 그림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지금 붓에다 먹을 잔뜩 먹이시고 점을 찍으시려는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정말 원 없게 그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여느 인간들이 지니는 마지막 회한이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온전하게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며 사셨습니다. 이점에서 인류의 어떤 종교적 스승도 예수님의 이런 모습을 닮지 못합니다.


  당신께서 하실 일은 모두 완수하셨다고 아룁니다. 이제 남은 일은 아버지께서 도와주실 일입니다. 그 일마저도 아드님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영광을 위한 것이며, 아버지의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광(독사, doxa)은 하느님만이 지니고 계시는 존재 방식을 뜻합니다. 아드님께서 아버지 안에 계실 때 누리셨던 것입니다. 스스로 비우셨던 것을 이제 다시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얻고자 하십니다. 그것마저도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참하느님이신 아버지와 그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을 통해서입니다. 여기서 쓰인 ‘알다(기노스코, ginosko)’동사는 그냥 아는 것이 아닙니다. 히브리어에서는 남녀가 결혼하는 것을 이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번역된 기노스코에서도 그 의미를 새겨들어야 합니다. 영원한 신랑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신부인 교회 공동체가 혼인으로 영접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혼인 관계를 통하여 낱낱이 아는 것입니다.


  인간의 혼인성사도 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을 유비한 것입니다. 인간의 혼인성사가 남녀가 서로를 완전히 알아 새로운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혼인성사는 인간이 누구라도 풀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이 갈라질 수 없는 것처럼, 교회가 그리스도와 혼인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다고 아뢰고 계십니다.


  이 대목을 묵상하며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과연 마지막 날에 한 점 회한도 없이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그저 헬렌 켈러가 말하듯이, 내일이면 들 수 없게 된다는 심정으로 지금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하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실명의 환자처럼 모든 자연의 풍광과 사랑스런 가족과 이웃의 모습을 담으려는 듯이 절실하게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감사하게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할 일은 그저 그렇게 하는 것만이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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