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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착각하지 않는 사제 . . . . . . . [서웅범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3 조회수1,299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진리를 힘있게 선포하고 본질을 추구하며

소외된 자와 함께하는 사제,

청빈하게 살며 성령의 이끄심에 민감한 사제,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사제임을 과시해 하느님을 독점하려 한다던가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과신해

자신을 구세주로 착각하는 사제가 되지 말았으면 한다는

표현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사제는 주교의 대리자로서 성사를 거행함에 있어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본당공동체 중심에 서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심성은 영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모든 친교자리에 까지

대로 이어집니다.

 

아직도 연세 드신 어르신 모임에서

앞자리 가운데에 앉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고

아들 손자뻘 사제에게 자신을 낮추시는 그분들 모습은

신앙 안에서만 이해 가능한 일임을 매번 느낍니다만

싫든 좋든 어쨌든 그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사진을 찍기는 좋아하지만

찍히는 것은 어색해 하는 제가

속수무책으로 사진 찍힐 수밖에 없는 때가 있습니다.

대축일이나 혼배 등 전례거행 때입니다.

 

얼마 전 평일미사 중에 한 자매가

조심스레 제대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뭘 찍으려는 거지?

본당기록을 위해서나 작품사진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경우

어떨 때는 사진찍는 형제에게 애덕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성체와 성혈거양을

보통 때보다 조금은 더 천천히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날은 별로 특별한 날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사진을 찍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자매님은 그날 첫 복사를 서는 아들을 위해 사진을 찍었던 것입니다.

물론 복사가 주인공이고 저는 배경이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 뭔가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은연중 제단에서 봉사하는 것은 저의 임무이기에

그 위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는

사진 촬영에서조차도

그 중심에 반드시 제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 독점하려 하고

영적 세속적 모든 일에 과신하기보다는

세례자 요한의 정신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요한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있어

그 중심이 예수님이심을 잊지 않으면서

자신은 진리만을 힘있게 외치는 소리로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보듯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상 항목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았습니다.

그런대로 엇비슷하게 살고 있다 생각되는 항목도 있고

어떤 것은 초심이 변했거나

혹은 아직 덜 된 저를 지적하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 이상적인 사제상 항목들은

제게 절망과 슬픔보다는

감사와 희망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다만...

이것이 착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 [사목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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