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의 참 좋은 선물" --- 2007.5.27 성령 강림 대축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7 조회수733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5.27 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2,1-11 1코린12,3ㄴ-7.12-13 요한20,19-23

                                                    

 

 

 

"주님의 참 좋은 선물"

 



여기 수도자들은 오늘 새벽,

‘알렐루야, 주의 얼이 우주에 충만했으니, 

  어서와 조배드리세.’

초대송 후렴 노래로 성령 강림 대축일을 활짝 열었고,

우리는 방금

“하느님 당신 얼을 보내시고 누리의 모습을 새롭게 하소서.”

화답송 후렴을 신명나게 노래했습니다.

 

마침 오늘의 대축일을 앞두고

어제와 그저께 상쾌하게 불었던 바람을 통해

온 누리에 충만한 성령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보내시는 당신의 얼(성령)에

만물은 창조되어 누리의 모습은 새롭게 되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오월 햇살 밝은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화장실 위 빨갛게 익어가는 버찌들이 참 고와서

저절로 흘러나온 ‘그대 보았는가?’ 라는 글입니다.

 



그대 보았는가?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오월 햇살 은총
투명한 초록빛 나뭇잎들 사이

눈물 같은
흰 꽃들 떨어진 자리마다

기쁨으로
빨갛게 익어가는 버찌 열매들!

그대 보았는가?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젊음보다
아름다운 중년이자 노년임을!

 



기쁨으로 빨갛게 익어가는 버찌 열매들,

그대로 성령 안에서 익어가는 영혼의 열매들을 상징합니다.

 

어제, 아랫집 수녀원에서 있었던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 가 주최한

‘성모의 밤’ 행사 시

꽃 봉헌 예절도 저에겐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고운 꽃 한 송이에 사랑을 가득 담아

정성스레 성모상 앞에 봉헌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가

그대로 살아있는 강론이자 시(詩)였습니다.

 

큰 대축일 미사 때만이라도

꽃 봉헌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꽃 봉헌 하듯,

꽃다운 나를 봉헌할 때

주님의 참 좋은 선물 평화와 성령을 받습니다.

 

그러니 주일 미사만이라도

꽃처럼 아름답게 차려 입고

봉헌하는 마음으로 참례함이 좋습니다.

 

화려하고 비싼 옷차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수수하면서도 깨끗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옷차림을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꽃다운 고운 모습으로,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성모성월 마지막 주일인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빈 마음으로 함께 하는 공동 미사

그 한 가운데 계신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새삼 우리의 영성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 영성임을 깨닫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함께 계실 때

온갖 장벽은 사라져 활짝 열린 문이 됩니다.


주님은 말 그대로 ‘마스터 키(master key)’ 이기에

두려움과 불안에 문 잠가 놓고 있는 공동체나 개인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십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다음 묘사가 이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이 은혜로운 사건이

지금 이 미사를 통해 그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한 가운데 계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참 좋은 선물,

평화가 온갖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이 평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평화롭게 합니다.

 

평화와 더불어 선사되는 기쁨의 선물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했다’ 하지 않습니까?


바로 이 미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공동체의 문을, 내 마음을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시어

우리 모두에게 당신 평화와 기쁨을 선사하십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또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주님의 평화와 기쁨입니다.


무엇보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 성령입니다.

 

이 미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은

평화와 기쁨과 더불어, 참 좋은 선물 성령을 선사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성령을 받을 때 그대로 용서받는 우리의 죄요,

우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또한 용서를 받습니다.

 

용서 받고 용서 받아 서로 화통하게 하는 성령입니다.


불평(不通),

불신(不信),

불화(不和),

불평(不平),

불만(不滿),...

온통 막히고 막혀

생명이 죽어가는 불(不)의 시대, 단절의 시대입니다.

 

성령 충만 할 때 ‘불(不)’은 사라져

불통은 화통으로,

불신은 신뢰로,

불화는 평화로 바뀌고 서로 통해 하나의 생명 공동체가 됩니다.

 

보십시오.

오순절 날 성령이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제자들 위에 내려앉아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말할 때,

각지에서 온 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 말로 듣고 있었다 하지 않습니까?

 

여기 감실 옆의 꽃꽂이 중

빨간 꽃들 바로 불꽃 모양의 성령을 상징합니다.


바로 창세기에서 교만의 바벨탑을 쌓다가 흩어져

불통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의 성령을 통해

서로 통해 화통의 시대로 바뀌고 있음을 봅니다.

 

다양성의 일치, 성령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깊은 심중을 꿰뚫는 성령의 도움 은총으로

이심전심, 일치의 생명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 있습니다.

 
일치의 성령입니다.

 

각자 받은 성령의 은사가 공동체의 일치를 견고히 합니다.

한 성령 안에서 다양한 은사입니다.

 

절대로 혼자서는 못 삽니다.

성령의 은사를 나누면서 서로 보완 협력할 때

풍요로운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하느님은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의 은사를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제가 이렇게 충분히 강론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수도 형제들이

각자 받은 성령의 은사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성령을 자랑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현존인 성령이기에

성령 자랑은 결국 하느님 자랑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피보다 진한 성령께서 맺어 주신

우리의 형제자매들 관계입니다.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되어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 여정,

성령 안에서 성자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 아버지를 향한 복된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이 복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를 성령 충만케 하시고

평화의 사도로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여러분을 보냅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