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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66)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7 조회수750 추천수8 반대(0) 신고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글쓴이 : 하청호 (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신학원 영성관은 온통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폭신한 흙을 밟으며 흙냄새와 생기를 들이마시며 산길을 가노라면 수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바스락' 부딪히기도 하고 '휘리리' 날리기도 한다.

 

스치는 바람이 나뭇잎 하나를 건드리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다른 나뭇잎을 건드리고,

바람은 또 다른 잎을 건드리고,

이렇게 산속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수많은 나뭇잎의 합창이 된다.

 

 

성령의 바람도 한 사람을 스치면, 그 나름의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다른 사람과 만나 또 다른 소리를 내고...... .

각기 다르게 체험되지만 자유로우면서도 일치의 근원이 되는구나!

그 성령의 자유로움에 나는 어떤 삶의 지향을 드려야 할까?

 

 

지난해 '라디오 스타' 라는 영화를 보았다.

88년도 가수왕이었지만 인기가 떨어진 최곤은 강원도 영월로 쫓겨가 라디오 방송 DJ를 하게 된다.

 

구겨진 자존심의 사나이 최곤은 걸핏하면 담당PD와 싸우고 생방송 중에 자장면, 커피를 배달시키는 철면피의 면모를 보인다.

배달 온 다방아가씨에게 "한마디 하겠냐?" 며 별안간 마이크 앞에 앉힐 때 나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세탁소 김사장님 외상값 갚으세욧!"

"엄마! 보고 싶어, 집 나올 때 엄마가 제일 미웠는데 나와보니 세상에서 엄마만 안 밉더라!"

하며 울먹이는 다방아가씨의 순박함에 사람들은 웃다가 울며 공감한다.

결국 '이래야 한다'는 세상 통념을 깨는 진행으로 뜻밖의 인기를 몰아 최곤은 종당에

전국방송을 타는 라디오 스타가 된다.

 

그의 꾸밈없는 삶이 묻어나는 라디오 진행,

거기에 등장해선 안될 것 같은 철없는 인물들... .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불고 싶은 대로 부는 성령의 바람을 묵상케 해주는 인상깊은 영화였다.

 

 

'성령'을 그려보라고 하면

어떤 이는 불혀 모양을,

어떤 이는 비둘기를,

어떤 이는 휘몰아치는 물결이나 바람을 그린다.

 

이렇게 성령의 모습이 다른 이유는 뭘까?

그것은 성령이 그만큼 우리 삶 안에 여러가지 모양으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목마를 때 물이,

배고플 때 양식이,

암흑에 빛이 되시며

삶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위로와 필요가 되어주시는 성령이야말로 가장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하느님의 현존이다.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은 새로이 성령을 받는 어떤 날이 아니고,

세례 때에 이미 받았으나 그동안 세속의 것들로 그득하여 우리 안에 결박해놓은

성령님께 우리 마음을 온전히 비워 자유를 드리는 날이다.

 

성령께서 우리 삶 안에서

물도 되고

불도 되고

매임이 없는 바람도 되어

존재다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나를 성령의 궁전으로 내어드리는 날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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