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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원색(原色)의 신앙 . . . . . . [하한주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8 조회수1,142 추천수14 반대(0) 신고

 

 

 

 

고고히 학인 양 살다가 사슴마냥 떠나신 故 최민순 신부님.

 

결코 내가 그와 동기동창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실로 그분의 그 삶과 죽음이 극히 인상적인 것이었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이 더해짐은 단 나 한사람만이 아니다.

 

그의 생전에

기회있어서 서로 만날 때 주고 받았던 말!

 

"천하게 살지 말고 추하게 죽지 말자!"

 

수정같이 살다가 깨끗이 숨져간 그!

임종시에 추하고 흉한 꼴을 남들에게 보일세라

한밤 첫 새벽에 자는 듯 혼자 가신 것이리라.

 

 

 

     동방밝힌 촛불 제멋에 춤을 추고

     손끝에 노는 가락 고요히 떠는 이밤

     수줍어 말을 못하고 가얏고만 뜯는가

 

     가슴 속 맺힌 한을 풀어볼 길이 없어

     애간장 타는 설움 구비구비 꺾어 내다

     살며시 창문을 열고 별을 세고 섰는가

 

     구름에 부치느냐 바람결에 띄우느냐

     지평 먼 ~ 하늘 끝을 우러러 타는 눈에

     다소곳 아미를 고치고 시름 엮어 보는가

 

     인생이 서글퍼서 한 가락 뜯는 솜씨

     가얏고도 오늘따라 심사만 돋구는가

     언젠가 이뤄 보고픈 꿈을 실어 보는가

 

         [1964년 1월10일 삐에타에서]

 

 

 

그는 즐겨 가야금을 뜯고 있었기에 

이 시조 한 편을 적어 주었던 바 여기에 옮겨본 것이다.

 

그는 이처럼 씻은 듯 부신 듯 맑게 참되이 살다 가셨건만

이 못난 동기는 아직도 이 험한 세상에서 흙탕물을 튀기며

맑게 살다가신 벗에게마저 죄스러워...

늦게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이제금 '원색의 신앙'으로의

환원에 몸부림쳐 본다.

 

이른바 '원색의 신앙'이란?

사도시절의 신앙을 말한다. 풀어 말씀하면

작고 싶은 맘,

낮고 싶은 맘,

이름도 성도 없이 숨어 살고픈 맘,

모나지 아니한 몸가짐이라고나 할까?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일을,

가장 어린 자가 가장 위대한 일을,

 

"작고 싶은 맘, 낮고 싶은 맘, 이름도 성도 없이 숨어 살고픈 맘...

 사도를 닮아 그렇게 살고 싶다."

 

이름도 성도 없이 천대와 멸시 속에 잊힌 듯 숨어 살던 분들이

후세에 그 이름을 찬란히 빛내신 무수한 분들을

자랑스러이 모시고 공경하고 있는 것이 우리 가톨릭 교회의

역사임을 자랑하는 사람의 하나이다.

 

평생을 버림받은 인간으로 멸시와 천대와 잊혀짐 속에

살다 가셨기에 성이나 이름, 본명마저도 우리 교회의 성인록에

기록되지 못하고 단지...

'주방의 성녀'

'부엌의 성녀'로만 알려지신 분이 계시나니

그 후세에 알려진 이 이름만은 너무나 값진 것이리라.

 

또한 그렇게 알려진 경로마저 심히 기적적이어서

그분이 몸담아 종처럼 봉사하고 계셨던

수녀원의 그 숱한 수녀들도 아는 사람 하나 없었다 하니

철저히 숨어 살으신 분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감추어 둔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입니다.'

                                            (마태오 10,25)

 

마침내 때가 되매 전지전능하신 야훼 하느님께서

덕망높은 성인을 보내시어 그 주방의 성녀를

그 수녀원 수녀들 앞에는 물론 만인간 앞에 드러내시어

오늘 우리가 이 정도 알고 있으나...

끝끝내 그 높으신 성 본명 이름만은 밝히지 아니하셨단다.

 

"부엌의 성녀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나 모름지기 이분들처럼 잊은 듯 모르는 듯 숨어 살고자 하나,

맘보다 실행이 미치지 못함을 항상 한탄하면서

복지만리 먼 가나안을 찾아

무거운 다리를 끌고 석양에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손모아 빈다.

 

 

"주여, 죄인에게 힘을 주소서...

 성모여, 이 어린양을 이끌어 주소서...  아멘."

 

 

 

            하한주 신부님은 시조시인이시며

       우리가 사랑하는 '임쓰신 가시관'을 쓰셨습니다.

 

                                                   

                                                     

 

                              - [진실된 삶은 우리의 희망]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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