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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 그릇에도 마음이 있습니다'.
작성자이부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9 조회수802 추천수3 반대(0) 신고

     
    
    
     '빈 그릇에도 마음이 있습니다'.
     
    거듭 꿈속에서 어린 아이를 보았습니다. 
    잠이 깨어 정신이 들면 또 무슨일이 있으려고 아기가 꿈에 보일까? 
    문득 문득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굳이 꿈해몽을 해 보자면 어린아이는 근심꺼리라고 합니다. 
    
    옛날에 직장 상사였던 어른이 미국에 이민을 갔다가 
    이민살이 지옥같아서 귀국정착 하셨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그곳에서 대학을 다 나오고 결혼도 시켜놓고 
    쉽게 말하자면 죽을자리 찾아서 들어오신 것입니다. 
    그때가 지금부터 한7년쯤 되는것 같군요. 
    
    어른이 계신곳은 경주 언저리의 양동마을 민속촌이었습니다. 
    그 마을은 국가에서 보존관리 하는 터라 
    개인은 개축도 증축도 할수없는 곳이라 
    마을 어귀에서 바라보는 동네는 이야기 속에서나 나옴직한 
    아담한 구옥과 초가가 어우러져 
    향수를 불러오는 평화로운 마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어릴때의 추억속으로의 삶을 하루하루 재현하면서 
    어른은 그렇게 살고 계셨습니다. 
    겨울에 갔을때는 군불을 뜨끈뜨끈하게 집혀서 
    온돌방이 절절끓게 만들어 놓고 
    호일에다 고구마와 밤을 싸서 군불뗀 아궁이에 묻어, 
    아주 맛나게 구워진것을 바가지에 담아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바가지에 담긴 따뜻함에 눈물이 가슴을 진동 시켰답니다. 
    요즘 사기그릇, 질그릇, 유리그릇, 프라스틱, 
    예쁘고 좋은거 많이들 있지만 
    조롱박을 키워서 그릇으로 사용하던 
    그 시절의 넉넉함과 푸근함은 아무데서도 
    느껴볼수 없는 아주 귀한 선물이 아닐수 없습니다. 
    
    우리네 속담에 이런말이 있습니다. 
    
    "빈 그릇에도 마음이 있다" 
    
    예~~그랬습니다. 
    바가지에 담겨있는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그랬고 
    절절끓는 구들막이 그랬습니다. 
    
    그러던 그 어른이 몇일전 임파선종양으로 
    동국대 경주병원에 입원을 하였다기에 
    얼른 달려 갔더니 아마도 많이 진행 된 상태인것 같습니다. 
    위치도 이상하게 하필이면 거기에서 
    그런일이 생길것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사타구니 양쪽에서 가운데로 약간 들어오면 
    볼록한 중앙이 있잖습니까?
    양쪽 귀퉁이, 사타구니쪽으로 골진곳은 아니고, 
    딱딱하게 만져지는것이 있었는데 체중이 줄고 말라서, 
    뼈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연세도 있으신 의사가 
    지금까지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며
    CT, MRI, 조직검사 해 보자고 했고 
    결과는 임파선종양이라고 했습니다. 
    통증은 전혀 없고 지금도 없습니다. 
    
    얼굴 곳곳에 검버섯으로 얼룩져 저승꽃이 만발이고..... 
    [내 몬산다.참말로.] 
    모양새가 참 좋았고 멋진 양반이었거든요. 
    
    양반가에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살던 
    부모님의 체취가 지금도 쉽게 느낄수있는 
    그 동네에서 아제! 아지매! 이렇게 부르면서 이웃하고 
    사는 사람들이 모두 한 조상을 뿌리로 내려온 씨족형제입니다. 
    
    아무 집에서나 길 가다가 들리면 끼니때가 되었을때 
    밥을 먹을수 있는 그런 형제들입니다. 
    크게 차리지 않아도 숫가락만 들면 
    함께 밥을 먹을수 있는 혈맥이 흐르는 가족인 것입니다. 
    
    그러한 문화가 그리워 돌아왔고, 
    흙냄새 맡으면서 그렇게 어우러져 오손도손 
    살고 싶어 왔는데 암이라고 합니다. 
    이제 멀지않아 우리들은 헤어져야 할때가 된것이 아닌가! 
    머리속에 구름이 몰려옵니다. 
    
    개신교 장로이고 권사인 장인과 장모가 
    결혼할때부터 반대에 반대로 
    그리도 심하게 흠집을 내더니 그 상처가 너무도 커 
    예배당 근처에는 눈길도 주지않는 완고함이 
    돌덩이처럼 가슴에 턱 내려앉습니다. 
    
    하느님 자비를 베푸소서. 
    죽을때 무섭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지요. 
    이 영혼에게 평화를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를 올려 봅니다.  
    
    
    - 글쓴이 : '가난한 자입니다' 늘푸른 평화방 아니마 글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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