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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기는 사람이 참 자유를 얻는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30 조회수776 추천수4 반대(0) 신고

 

 

<섬기는 사람이 참 자유를 얻는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계셨다. 당신께 닥칠 일들을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르 10,32-45)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높은 종루에 올라가 땅 아래로 돌을 던지는 일은 쉽다. 그러나 탑 아래에서 종루 꼭대기에 돌을 던져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에게 숨겨진 욕망 중에 가장 이겨내기 어려운 욕망이 이름을 드높이려는 욕망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가르치는 일처럼 신나는 일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우러러 보는 윗자리에 앉으면 그야말로 모든 일이 쉬워집니다.  남들이 잘못하는 것이 한 눈에 보이고 조금만 잘해도 빛이 날 수 있습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높은데 있는 사람은 조만간 자신이 지닌 아주 작은 결점마저도 낱낱이 드러나게 됩니다. 오히려 눈에 더 잘 뜨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그는 자신의 결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감추게 됩니다. 허물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고립 속으로 들어가 자유를 잃게 됩니다. 그는 스스로 감옥에 갇히는 자가 되고 맙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도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반 푼이 지도자들을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자신의 참 모습과 왜곡된 겉모습 사이에서 비참하게 망가지는 군상들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권위로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인간을 해방시키러 오신 분이십니다. 인간에게 자유를 선사하기 위해서 오신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이 누려야 할 참 자유가 무엇인지 보여 주시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감옥에 스스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아름답고 죄 없이 순수한 자연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별과 달, 맑은 공기와 구름, 새와 들꽃을 바라보며 감동하고 기쁨을 얻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 모두는 지극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어리석게도 자신 앞에 놓여 있는 그 아름다움을 못 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제 안에 가득 채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마태 6,26-30)


  인간은 오직 자기 비움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채워 주시는 충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자리에 처해 있더라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채워 주신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군림하는 자리보다 남을 섬기는 자리가 훨씬 자유롭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윗자리에 앉아 군림하려 들다가 그에 못 미치거나 자신이 부족한 것을 새삼 깨닫고 절망하게 됩니다. 절망은 가장 큰 죄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주신 자유를 스스로 거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자비가 들어설 자리에 악마의 공포를 놓아두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에게 아픔마저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실 그 아픔도 인간만이 아픔이라 여길 뿐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한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주님께서 앞장서 걸어 가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자세히 읽어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허물을 전혀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다른 제자들만 불쾌하게 여겼을 뿐입니다. 오히려 영광스럽게도 주님께서 마신 잔을 마시고 주님께서 받으신 세례를 제자들도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길은 종으로 남을 섬기는 길뿐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마치 거룩한 세례를 통해 제자 된 우리에게도 등을 토닥이시며 이끄시는 주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행복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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