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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3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 39-56 묵상/ 행복한 왕자와 제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31 조회수673 추천수9 반대(0) 신고

행복한 왕자와 제비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 1,39-­56)

◆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의 문안 인사를 듣고 나서 마니피캇으로 응답을 한다. 마니피캇은 마리아가 하느님을 구원자로서 신명나게 찬미하는 노래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노래를 끊임없이 불러왔다. 오늘날도 우리는 마니피캇을 노래하면서 하느님은 이 세상의 부와 권력으로 교만해진 사람들을 내치시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들어 높이시는 분임을 믿고 고백한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어쩔 수 없이 대물림하고, 생계형 자살이 늘어나며, 노숙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리는 형편에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더욱더 축적하는 반면에 이웃과의 나눔에 매우 인색하다. 가정 안에서조차 부자 아빠는 좋고 가난한 아빠는 싫어하는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적 성공과 승리를 위해 점점 부와 권력을 좇아간다.

 

한국교회가 점차 중산층화되어 간다고 우려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발붙일 기회를 점점 박탈당하고 부자만이 대접받을 때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하는 교회는 자신의 사명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참으로 교회와 신앙인들이 이 시대에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동화 '행복한 왕자'에 나오는 제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추운 겨울, 제비는 왕자가 가진 보화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왕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양쪽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 교회도 우리 자신도 제비와 같은 메신저가 될 때 마니피캇은 진정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될 것이다. ●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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