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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첫 마음, 첫 사랑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31 조회수966 추천수7 반대(0) 신고

 

 

 

『마늘에 대한 묵상』
황 미숙 소피아 글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주리라.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주리라.
< 에제키엘 36, 26 >

 

 

저는 가사일 돕기 중에 파 다듬기, 마늘 다듬기,
부추 다듬기 등을 무척 싫어한답니다.
대신 청소나 설거지 등은 즐겁게 할 수 있지만요.
집에서 잘 시키지도 않지만,
어쩌다 부득이 해야 할 경우 달아나거나 툴툴거리며
마지 못해 좀 거들다 그만두어 버린곤 한답니다.*^^*

 

 

특히 장시간의 섬세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마늘이나 쪽파 다듬기는 제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고
시간 낭비인 것 같아 가장 부담스러운 가사 노동으로 여겨지는데,
얼마 전, 어쩔 수 없이 한 바구니나 되는 쪽 마늘 까기에
꼼짝없이 붙들리고야 말았지요.

 

 

과일용 나이프로 쪽 마늘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가는 일이
꼭~ 예술 작업을 하는 것 같더군요.
양념으로 음악을 곁들여 감상하며 이왕 시작했으니
마음 수양하는 기분으로 싫증이 날 때까지
마늘 다듬기를 시도해 보았답니다.
쪽 마늘 껍질이 깨끗이 벗겨져 반들반들 윤이 나는 모습으로
하나씩 쌓여가면서 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더군요.

 

 

우리 어머니들은 어떻게 이런 마늘이나
파 다듬기를 하시며 살아오셨을까요?
그분들은 마늘과 파 다듬기를 하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어머니들께 마늘 한 쪽, 파 한 뿌리도
남편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금 마늘 금파가 아니겠는지요.
또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레 쪽 마늘 한쪽의 껍질을 벗겨가는 그 마음은
바로 사랑과 기쁨의 마음이겠지요.

 

 

껍질이 벗겨진 누드 마늘(?)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제 속마음도 누드 마늘처럼 토실토실하고도
반들반들 윤기 흐르는
기름진 밭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잠시 제 마음의 껍질을 벗기는 묵상을 해봅니다.

 

 

각질이 두꺼워진 제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려면
과일용 나이프는 안되구요 칼 중의 칼인
"성령의 칼"을 받아야겠습니다. <에페소서 6,17>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영혼의 우거지(^^)를 벗겨내는 첫 걸음이 아닐는지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기엔
힘들고 자존심 상하고
또 합리화시키고 싶은 변명들도 많겠지만,
체면이나 위신의 겉옷만 찢지 말고 속마음을 찢어
이제라도 진심으로 돌아오라는
주님의 간절한 부르심에 마음을 모아 봅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주님의 말씀이다.
너희는 금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 요엘 2, 12-13 >

 

 

마음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옷만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 껍질들 - 거짓.위선.시기.질투.집착.과욕 등을
벗겨낼 때 누드 마늘(*^^*)처럼
반들반들 토실토실 윤기 흐르는 첫 마음이 되지 않을까요?

 

 

그 첫 마음이란 아담과 하와가 죄를 범하기 전의
누드 차림, 누드 마음이겠지요.*^^*

 

 

시리아의 나병 환자 나아만은 나병을 치료받고자
요르단 강물에 일곱 번 몸을 담그고 난 후에야
새 살이 돋아 아이 몸처럼 깨끗해 집니다.
<열왕기하 5,1-27>

 

 

돌 처럼 두꺼워진 마음의 껍질이 쉽사리 벗겨지진 않겠지만
시리아의 용맹스러운 장수 나아만처럼
인간적인 의지와 체면, 자존심 등을 다 버리고
일곱 번 아니 일흔 번이라도
"강물"에 몸을 담그는 그 믿음으로
굳은살들을 도려내고 나면
아기 피부 같은 주님의 살이 돋아납니다.

 

 

쪽 마늘 껍질을 벗기며,
제 마음의 껍질도 한 겹씩 한 겹씩 벗겨냅니다.
껍질이 벗겨져 나갈 때마다
아프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고
심지어 생채기가 나 피가 흐르기까지 하지만
돌처럼 굳은 마음이 벗겨지고 나면
부드러운 살과 피가 흐르는 첫 마음♡누드 마음이 된답니다.

 

 

늘 새롭게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굳은살이 배이고 각질이 두꺼워질 때마다
제 영혼의 껍질을 벗길 수 있는,
나병환자 나아만이 몸을 담그었던
요르단 강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제 마음에 넣어 주시는
새 마음과 새 영을 받고 싶습니다...!

 

 

* 2005년 4월 18일 묵상방에 올렸던 글인데
성령강림 대축일을 보내며,
첫 마음으로 돌아가고픈 제 바램을 담아
다시 한번 묵상 방 가족들과 나누어 봅니다.
은총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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