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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67-2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31 조회수601 추천수10 반대(0) 신고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67-2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공동체의 성변화 기준(2).  -

 여기서 먼저 짚어보아야 하는 문제는‘가톨릭교회의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은 가장 큰 어른이시고, 교회의 중요 사항에 대하여 마지막 결정을 하십니다.

그런데 이 교황을 뽑는 과정과 선출 기준은 무엇입니까?

똑똑하거나 능력이 있고 잘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를‘예수님의 대리자’로 이끌어 가실 분을 가리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가톨릭교회의 추기경이라면 누구나 교황이 되실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가장 거룩한 예수님의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분을 맨 윗자리에 모시고 그분 결정에 인격적으로 순명하려는 절차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도록 가장 거룩한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 개인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십자가로 다가옵니다.

세속 사회에서 권력을 쥔다는 것과 정반대의 의미가 됩니다.

자신이 끊임없이 거룩해 지지 않으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권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이런 가톨릭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하여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실천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현실 안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민주적으로 변하더라도, 우리 가정뿐 아니라 크고 작은 조직이나 사회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을 마지막에 결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결국 단 한 사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여러 전문가나 실무자가 조언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결정을 거룩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럿이 결정하면 여럿이 책임질 것 같지만, 오히려 일이 잘못되면 서로 떠넘기면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이 인간 사회의 한계이며 그 또한 현실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채야 하는 것은 가장 거룩한 결정을 하는 권한을 여럿이 나누어 가질 수 없는 현실입니다.


권력을 공유하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거룩함의 순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교구나 본당에서도 그 공동체에서 그나마‘가장 거룩한 사람’이 결정한다는 틀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가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에 순명하는 배경에도 이런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물론 제 경우에도 성속을 방황하는 결정으로 본당 공동체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십자가입니다.


이런 흐름이 깔릴 때, 그 다음에 나오는“사랑의 교회를 이루게 하소서.”하며 기도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그나마 가장 거룩한 분들과 더불어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여러 결정을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인격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맹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충분한 견해를 말씀드린 다음에 순명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교회의 물정도 모르면서 세상 물정을 반복해서 주장하고,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성직자를 욕하고, 심한 경우에는 교회에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는 바리사이나 율법학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교회 안에서 교도권을 행사하는 일은 십자가 길에 비유되는데, 그 책무를 진 사람을 딴죽을 걸고 간지럼을 태우며 약 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가톨릭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는 가장 거룩한 분이 가장 거룩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드린 다음, 그 결정이 납득하기 어렵고 이해가 안 가더라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이 제시하는 어려운 교리나 결정도‘나보다 거룩한 분’이 하셨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하여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모습은 머리나 마음만 가지고는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가톨릭교회의 의사결정구조의 지향점이며, 내 삶에서 작동해야 하는‘공동체 성변화의 소프트웨어’가 지닌 핵심입니다.

한 마디로 교회와 나를 구별하지 않고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68회:  역사의 성변화[聖變化]로 이어 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Ave Maria
Jos Antonio Campo, Te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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