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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년의 아침에 오시는 님
작성자박계용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31 조회수1,070 추천수17 반대(0) 신고

 

 

 

 

 

 

백년의 아침에 오시는 님

 

 

 

방안 깊숙이 들어온 달빛에 길게 드리운 거문고 그림자.

그 곁에 밤색 치마저고리 흰 옷고름 살포시 여미고 오늘도 말 없는 말로

지켜보시는 이 계십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님 하나시면 족하나이다 / Solo Dios Basta !

 

예복으로 마련한 밤색 노방치마 한 폭 찢어 하얀 붓글씨 곱게 적어 주신 사모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노래가

 

먼 길 돌아와 주님 전에 무릎 꿇고 정결. 청빈. 순명으로 평생 예수성심 닮아지어 살겠노라 어머니의 성복으로 보호하시라 청하며 눈물 흘리던 어느 봄날. 아버지 정원에 작은 꽃으로 같이 사는 동무 있어, 병들까 봐 가지치고 김매시고 물 주시는 어버이 계시기에 하나 되어 울어버린, 설레임과 기쁨으로 아득하기만 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사르르 미풍에 흔들리는 여린 잎. 이따금 포르롱 날아다니는 새들의 지저귐옹기종기 모여 사는 어머니의 뜨락에 가물가물 평화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날도, 때때로 바람 불고 비가 와도 구름 뒤에 숨어 계시는 우리 님 계시기에, 쌉쌀한 믿음의 뿌리 굳게 내려 소망의 열매 조롱조롱 맺으리라, 향기 짙은 사랑의 작은 꽃 한 송이 피어나길 봄. 여름. 가을. 겨울 기다림은 행복이기도.

 

아무도 모르는 꽃방 하나 만들어 님 오시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거문고 가락 뚱 두덩쌀갱..

짧은 손가락 굳은살 박이고 핏줄 맺히면 온몸은 몸살을 하여도 두드둥가슴을 치고 울리는 한소리 있어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 이제 님 오시면 산조 한가락 멋지게 청쳐 노래하리라 흐뭇할 제

우르르르------때 아닌 천둥번개 번쩍, 꽃방은 회리바람에 날아가고 뚝! 줄 끊어지고 부서진 거문고엔 먼지만이 무거운 이불 되어 쌓여 갑니다.

 

꽃눈 하나 맺었더니 폭포 되어 쏟아지는 장대비에 떨어지는 아픔 견뎌내며 찢어져 달랑이는 잎새 하나. 가느다란 뿌리조차 처연히 속살 드러내고 누워 있습니다. 홀연히 굴러온 무거운 바윗덩이 가슴을 짓눌러 숨조차 쉴 수 없이 와글와글 온몸을 무수한 자갈이 굴러다닙니다. 이따금 쏘아대는 불덩이 같은 땡볕에 하얗게 하얗게 마른풀 되어 갑니다. 한없는 어둠의 심연 속에 갇혀버린 그곳엔 별도 달도 뜨지 않는 깜깜한 밤입니다. 무거운 정적만이

 

칠흑 같은 어두운 깊은 밤 지나

쪽빛가루 뿌린 듯 반짝이는 별 하나 사르르 가슴으로 날아든 날

 

사랑의 지렛대로 바윗덩이 들어내시고 기도의 삼태기 엮어 자갈을 골라 내실 제, 손잡아 눈물 흘려 굳어진 마음 밭 녹여 주시는 스승과 벗 보내시니. 묵은 뿌리 아궁이에 불 지피고 그 고운 재로 거름 삼아, 씨앗 하나 다시 심으라 다독여 주시는 백년의 아침에 손님이 찾아오신 날.

 

모든 것은 지나가요

사랑만이 남아요

자기 자신을 잊어야 해요

기쁨도 행복도 슬픔도

~ 모든 것은 사라지고

 

햇살 가득한 백년의 아침에 어머니 스카플라 앞치마 두르시고, 내 영혼의 이랑 일구어 주시면 가르멜(하느님의 정원, 포도밭)의 꽃씨 주머니 살며시 열어 봅니다. 날마다 이른 아침 정결한 마음으로 꽃씨 하나 심어 놓고, 이 꽃들 화사하게 피어날 때 깊고 깊은 침묵 속에 완덕의 오솔길 거니시는 님 오시는 소리 들으려고……

 

하양, 보라 꽃 피우라고 믿음의 도라지꽃씨를, 성부 성자 성령 함께 계시듯 초롱꽃씨 세 알도, 긴 세월 기다림의 인내를 배우려 오동나무 한 그루도 심습니다.

 

이제는 아버지 내려 주시는 사랑의 이슬방울 받아 마시고, 작디작은 초롱꽃 하얗게 피어 믿음의 샛별 하나 연둣빛 초롱에 불 밝히어 님 오시는 처마 밑에 걸어 둡니다. 밤마다 가난의 향기 꽃방 가득 흩날리어 지나는 길손도 님 만나시라 초대하렵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기쁨의 노래 함께 부르자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님 오신 날

제멋대로 자라나는 가지 치시어 곧게 자란 오동나무 베어내는 아픔 받아 안고, 님의 거문고 하나 만드시라 순명으로 맡겨 드립니다. 모든 것 버리고 비워내는 이탈로 텅 빈 공간 깎아 내실 제, 의탁의 굳건한 안족 고이시면

 

침묵의 굵은 줄로

대현 늘이시어 허리 묶으시고

기쁨의 유현 당기시고

고독의 문현 엮으시어

고통의 무현 지지시면

순결의 쾌상청 더 하시어

평화의 쾌하청 마무리 지으시면

 

풀어헤친 머리 곱게 빗어 모든 것 잠재우고, 우리 님 좌정하시어 술대 잡으시고 손수 거문고 타시면, 무시로 울어 대던 내 울음 던져 버리고

 

어찌 된 일인지 나도 모르노라

 

천지사방 고요 속에 이제는 나는 없고 그분만이 가득 한 채

영혼의 깊은 가락으로 영광 찬미되어 지상에서 천국을 노래하리니

 

말 없는 사랑으로 다만

사랑의 찬가를

 

싸랭 살 ?슬기둥~ ^ 쌀갱-_

싸랭싸랭_- 슬기둥 ~~~싸알 갱~~~

 

영혼의 거문고를

백년의 아침에 오신 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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