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현상금 붙은 사나이 . . . . [김충수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1 조회수917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 때,

 

나는 서울 도림동 본당의 보좌신부로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자가용 승용차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이고

오토바이만 해도 과분했다.

 

 

젊은 시절에 멋과 낭만은 하늘만큼 높이 떠있어서...

오토바이도 닭장수가 타고 다니는 기아혼다 90cc 짜리는

솔직히 돈 주고 타라고(?) 해도 거절할 정도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보라는 듯이 야마하(YAMAHA) 250cc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어지간히 뽐내며 신나게 타고 다녔다.

 

 

사목적인 필요도 필요이거니와,

젊음의 야망과 청춘의 싱그러움을 빨간색 야마하 250cc 에 걸고

시속 100 Km 에서 140 Km 까지도 불사하며

거리를 질주하고 다녔다.

 

 

교통순경한테 여러 번 걸려서 딱지(?)도 떼었지만,

교통순경을 약올려 놓고 뺑소니친 일도 많았다. (신부님이???)

붙잡을 수도, 따라 올 수도 없었던 교통순경은

내 오토바이가 안 보일 때까지 호각을 불면서

 

"서라! 서라!"

 

소리소리 지르는 것을 뒷전으로 흘린 적이 몇 번이었던가.

생각나는 횟수 대로 속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던 어느 해 여름,

드디어 한 번은 올 것이 왔다!

 

도림동 성당 아래, 애전학교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장을 내려다 보던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운동장에는 어떤 녀석이 90cc 기아혼다를 가지고 와서

처음 타는 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 폼이 하도 어설펐기 때문이다.

 

 

자못,

우습기도 하고 우월감도 생기고 해서

'오토바이란 자고로 이렇게 타는 것이다!' 

가르쳐 줄 양으로 쏜살같이 달려 내려간 것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지라

뭐라고 묻지도 않은 터에 가르쳐 줄 수도 없고 해서

무언의 교육(?)을 시킨답시고...

시범삼아,

운동장을 한 바퀴,

가장 멋있는 폼을 잡고 최대의 속력으로 달렸다.

 

 

여기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은 시작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미처 반 바퀴도 못 돌아서...

운동장 한가운데 보기좋게 거꾸로 쳐박히며,

얼굴은 선글래스의 유리 파편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운동장 한가운데 매어진 배구 네트의 나일론 줄에 걸리면

목이 잘려지고야 말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에

위기탈출을 한답시고

필사적으로 오토바이 위에 납작 엎드렸던 것이 그만,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다.

핸들을 놓친 것이다.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오토바이는 아직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만치서 헛바퀴만 돌고 있었다.

 

 

그 순간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오토바이를 일으켜 집어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처치를 근처 어느 개인 병원에서 했는데,

얼굴 왼쪽을 눈 옆에서부터 턱 아래까지

열두 바늘이나 마취없이 꿰맸다.

나중에 성가 병원에 가서 다시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흉터는 아직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나를 [현상붙은 사나이]같다고 놀려댄다.

칼 싸움이라도 한 건달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마음은 비단결같이 고운데(?) 얼굴이 험상궂게 보여

첫인상이 안좋은 것이 약점이 되었다.

 

 

뒤늦게 오만이 가져다 준 상처와 허세 허영이 남겨준

긴 쟁기 자국을 내 얼굴에서 발견한 것이다.

,

교만과 허영은

반드시 창피와 모욕을 불러 온다는 진리를 배운 것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의 흉터는

항상 오만과 허영이 남겨준 상처를 기억하게 한다.

누구든지

허세나 허영, 교만이나 지나친 자존심이 가져다 준 쓰린 수모와

부끄러운 추억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인생은 뛰어봤자 벼룩이라고...

 

허세... 부리지 말자!

 

 

 어느새 푸르른 6월, 예수 성심 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6월이 되십시오.

 

                

                     야마하 250cc ???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