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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1일 야곱의 우물- 마르 11, 11-25 묵상/ 그들만을 위해서인가?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1 조회수705 추천수6 반대(0) 신고

그들만을 위해선인가요?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셨다.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도 둘러엎으셨다. 또한 아무도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을 나르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그분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군중이 모두 그분의 가르침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그분을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날이 저물자 예수님과 제자들은 성 밖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에 그들이 길을 가다가,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말라 있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보십시오. 스승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라버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을 믿어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
(마르 11,11-­25)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 받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는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갖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이들을 교회 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복음정신으로 무장하여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시작한 이 같은 열정이 여러 모양으로 다가오는 도전 앞에서 쉽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을(를) 위하여!’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달동네 공부방 사도직을 시작할 당시 오래전부터 그 일을 하고 있던 한 자매를 알게 되었다. 그 자매는 공부방 가까운 곳에 살면서 가정이 해체되어 심리적·정서적·육체적으로 아픈 아동·청소년을 자식처럼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자매한테서 아이들과 살게 된 배경과 삶의 자세에 대해 듣고, 또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우리 공동체는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달동네 아이들, 골목과 시장을 누비며 지내는 아이들을 모아 공부방을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우리한테 고마워하고 든든해하리라고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하루하루를 더해 가면서 그것은 오직 우리의 기대일 뿐, 아이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은혜를 고마워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녀석들이 괘씸하고 밉기도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은 자매는 넌지시 “이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지요. 무엇을 바라세요? 아이들만을 위해서인가요? 하지만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답니다.” 라고 말했다. 복음정신으로 살겠다고 해놓고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깨닫게 해준 지적이었다.

김희경 수녀(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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