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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권위와 권한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2 조회수540 추천수7 반대(0) 신고

 

 

<권위와 권한>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마르코 11,27-33)



  마르코 복음서 저자는 11,27절에서 12,37절까지 예수님께서 유대 지도자들과 논쟁하시는 장면을 다섯 번에 걸쳐 모아 편집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복음서 초기에 나오는 ‘갈릴래아 논쟁사화‘와 비교하여 ‘예루살렘 논쟁사화’ 라고 부릅니다.


  논쟁의 시작은 예수님을 곤란에 빠트리려는 검은 의도를 지닌 부류였습니다. 또 저자는 그 당시 지도층에 있는 모든 당파를 돌아가며 다 열거 합니다. 그 당시 지도층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께 반대하였다는 사실과 메시아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예수님의 제자들과 공동체에게 어떤 정확한 가르침을 내려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들은 수석사제와 율법학자, 원로들이 모두 나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입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사두가이이며, 네 번째 질문자는 율법학자입니다. 마지막엔 예수님께서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시고 답을 풀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답변은 그야말로 지혜가 넘치는 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매 경우에 적확하게 맞대응하시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먼저 상대방의 검은 의도를 꿰뚫고 보시며 다시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들 스스로 제 발이 저려 아무런 대꾸도 못하게 만드시고, 그들이 지니고 있던 검은 의도를 낱낱이 드러내 보이십니다. 또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증거로 정확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그러나 올바르고 순수한 질문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상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나간 대답을 주십니다.


  단순히 재치가 넘치는 분이 아니라 지혜가 충만한 분이라는 것을 이 논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대자라도 무릎을 치며 수긍하게 만드는 이 지혜는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고는 생겨날 수 없는 지혜입니다. 많은 철학자와 문학가와 사상가들이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모두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분의 됨됨이가 드러나는 이 대목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혜를 찬양하게 됩니다.


  오는 대목에서 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은 권한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것도 누구에서 인정받았는지 묻습니다. 그 당시 수석사제와 율법학자들은 모두 사람에 의해서 권한을 인정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갈릴래아 촌 동네에서 온 예수가 어떤 권한을 받았을 리가 없다는 것을 익히 아는 그들은 이 점이 예수의 약점이라 생각하고 덫을 놓은 것입니다.


  사실 권위는 누군가에게 주어져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권한이야 누가 줄 수 있지만 권위는 합법적인 권한에 그 권한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 능력 그리고 제 삼자가 수긍하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의 권위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온 권한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권한이 아니라 권위로 초점을 바꾸어 질문하십니다. 세례자 요한도 사람에게서 권한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오고, 그 능력에 합당하며, 사람들이 수긍하는 권위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질문하시는 것은 모두 빗나간 것을 바로잡고 스스로 알아채도록 만드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저 재치로 상대방의 입을 막아 놓는 데만 머물지 않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어떤 구조가 아닙니다. 권한이 말을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 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며 따르는 데 있습니다.


  오늘 날의 우리도 혹시 예수님을 어떤 권위를 지니 분으로만 알고서 죄에 대한 징벌이 두려워 교회에 보험 드는 자세로 다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합니다.  이천여 년 전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 우리에게도 적용되는지, 실제로 나 개인에게 무어라 말씀하시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잘 새겨들어야 하겠습니다.

 

 


오렌지 꽃은 바람에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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