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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위일체대축일 기쁨 주간 되세요.
작성자이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2 조회수802 추천수10 반대(0) 신고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로서 일체이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거룩한 날입니다.


우리는 모든 기도 전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고 십자성호부터 긋고 시작합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는 십자성호뿐 아니라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비록 삼위일체 교리를 알아듣고 남에게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더라도 삼위로서 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근본을 이루시는 분으로 고백하고 그분의 도움을 청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묵상할 때 마다 저의 머리와 가슴을 늘 맴돌면서 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은 “일치”라는 말입니다.

하나 된다는 것 곧 일치 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해 일치된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머무르셨듯이 우리들의 삶의 자리 안에서도 조그마한 일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많이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삼위일체 신비를 묵상해 볼 때 가정생활과 신앙생활 그리고 사회생활이 한결같은 일치를 이루고 있는 신앙인의 예로 그 신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집 안에서는 가장으로 불리고 성당에서는 하느님의 자녀로 직장에서는 자신의 직분에 맞는 신분으로 불리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한 존재 이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활동하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존재가 가치를 빛내기 위해서는 가장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자신의 직분에 맡은 신분으로 하나 됨의 모습을 보일 때 더욱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가장으로서는 엉터리이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역할, 자신의 직분에 맞는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그 가치는 덜 빛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는 엉터리 이면서 가장으로서의 역할, 자신의 직분의 맞는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그 가치 또한 덜 빛날 것입니다.

자신의 직분에 맡는 신분은 엉터리로 처신하면서 가장으로서의 역할,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그 가치 역시 덜 빛날 것입니다.


물론 하나 됨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긴 하지만 그 존재가 어느 곳에 머물든 누구를 만나든  하나 된 모습으로 충실할 때 더욱 큰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며 삼위일체의 신비가 드러나는 현장이 될 수 있음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군종사제로서 살아가고 있으면서 겪었던 일입니다.

군종신부들은 식사를 도와 주시는 자매님을 두고 살아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혼자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때 가장 흔하게 먹었던 것이 라면이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끓여 먹는 라면이 별루 안 땅겨서 분식집 라면을 먹으로 외출을 했습니다.

조촐한 혼자만의 외식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사제관을 나갔습니다.

분식집에 도착하니 일단 두 가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그 분식집에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라는 액자와 십자고상이 걸려져 있었습니다.

한 눈에 보아도 ‘아 우리 신자집이구나’ 하는 마음에 사장님은 제가 신부인 줄 모르더라도 저의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두 번째는 혼자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으면 내 돈 주고도 괜히 눈치가 보이는 데 그 분식집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흐뭇한 마음과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 최고의 서비스만을 기다리며 메뉴판을 보다가 이왕이면 그냥 라면 보다 외식도 나오고 했으니 만두가 들어간 만두라면를 시켰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끓이는 라면은 별루인데 왜 분식집 라면은 이렇게 맛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벌써 다 먹었습니다. 아쉬워서 밥도 한 공기 시켜서 땀을 흘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쏠 여구 지갑을 찾는데 으악 지갑이 주머니에서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다시 손을 깊게 넣어 보았지만 먼지만 잡혔습니다.

당황하여 여기 저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오백 원짜리 동전 두 개가 다행히 있었습니다.


일단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맨 손 보다는 천원을 주심에 그리고 다행히 우리 신자 집에 이끌어 주심에...

저는 그 집에 걸려 있는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이라는 성경말씀을 보면서 그리고 십자고상에 걸려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힘을 내고 자매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사장님, 여기 얼마죠 ’

‘네 맛있게 드셨어요. 다해서 삼천 원입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급하게 나오다가 집에다 지갑을 놓고 와서 지금 천원 밖에 없는데 금방 가져다 들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됩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라고 사정사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정신없는 놈이 돈도 안 가져 왔다고, 젊은 놈이 정신 좀 차리고 다리라고’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식으로 뜬 긴 돈이 한두 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욕이라는 욕은 다 얻어먹고 먹었던 라면은 속에서 풀어 터지고 겨우 나왔습니다.


사제관에 와서 다시 돈을 챙겨 그 분식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돈을 드리며 말씀 드렸습니다.

‘사장님 물론 제 실수로 돈을 안 가져 온 것은 미안하지만 신자 분이신 것 같은데 저기 걸려있는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라는 액자는 뜯어 버리고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불행이라는 액자를 거시죠. 라고 말입니다.



돌아오면서 정말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차라리 우리 신자 집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면서 세상 안에 살아가는 신자 분들이 참 팍팍한 삶을 살아가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기도 했습니다.


 

어떤 생각이든 간에 서로 하나 된 모습으로 자기의 삶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매일 매일 하루를 시작하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이름으로’ 으로 라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도움을 청해야 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또 다시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이름으로’라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나의 의로움과 잘못 그 모든 것을 삼위로서 일체이신 하느님께 내려놓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신비, 용서의 신비 안에 일치된 모습으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내 곁에 계심에 감사드리고 기뻐하며 우리 역시 팍팍한 인생살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안고 그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할 것을 다짐하면서 살아가는 한 주간이 되도록 합시다.





부족한 저의 글에 힘을 얻으셨다니 기쁩니다.

어떻게 저의 사진까지 올리셨나요. 사생활침해인데.........(농담입니다)

여러분이 나누는 묵상글들의 자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복음의 장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삼위일체대축일에 기쁨을 함께 나누며.........이중호(바오로)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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