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요즘, 더군다나 한번 클릭하면 만사가 해결되는 세상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또한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돈의 흐름만 잘 잡으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리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 능력이 있어 좋은 직장을 찾고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최상의 목표가 된다. 투자를 잘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렇듯 돈줄을 잘 탔는데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가?’ 하는 태도로 사는 이들을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누구에게 뒤지지 않도록 부모들은 온갖 정성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왕이면 돈 잘 버는 직장을 잡아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성공이라는 부모들의 꿈과 기대가 숨어 있다. 이 시대를 반영하듯 매일 읽는 신문은 경제 흐름과 투자 경영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관련 서적과 새로운 강좌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공부방 친구들의 가정,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대다수 부모들은 두 개의 직업을 갖고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지만 가정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임금 경쟁에서 불리한 이들이 하루 종일 일해도 간신히 한 달 생활비만 나오는 정도다.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 비교할 때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의기소침하다.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기본 조건이 다른 입장의 경쟁은 더 가지고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이 세상의 모든 재화는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한꺼번에 쥐고 살다가도 이 생을 마무리할 땐 모두 두고 가야 한다. 돈이 곧 행복이라는 공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질문해 보고 싶다. 세상의 것에만 온 마음을 쓰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가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모든 것이 아닙니까?”라고.
김희경 수녀(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