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5 조회수969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7년 6월 5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Repay to Caesar what belongs to Caesar
and to God what belongs to God.”
(Mk.12.17)

 
제1독서 토빗기 2,9-14
복음 마르코 12,13-17
 
어제는 충청남도 금산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장애우 공동체가 있는데,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아울러 중고등부 캠프를 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답사 차원으로 금산에 갔습니다. 아무튼 금산에 다녀온 뒤, 수고했다고 중고등부 교리 교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서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E-Mail을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 “NTLDR is missing”이란 메시지가 뜨면서 부팅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그래도 컴퓨터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까? 처음 보는 메시지이지만, 조금 손보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리 저리 만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계속해서 초기 화면에서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NTLDR is missing”이라는 메시지만 남기면서…….

저는 다른 컴퓨터를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것이 어떤 에러 메시지인지를 찾아보았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등의 이유로 부팅 관련 파일들이 손상되어서 그렇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넷에 제시된 사람들의 해결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메시지…….

결국 모든 작업을 포기하고 데이터라도 백업하려는 생각에 컴퓨터를 뜯었습니다. 그리고 하드디스크를 분리하여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자료를 백업받았습니다. 그때의 시간이 11시. 2시간 이상을 컴퓨터와 씨름한 결과 이렇게 백업 받고 깨끗하게 포맷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제 능력으로는 되지 않으니…….

새롭게 설치하려는 순간, 고생한 2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부팅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상적으로 컴퓨터가 켜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다른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그저 자료 백업만 받았을 뿐인데…….

물론 어떤 작업으로 인해서 정상적으로 된 것 같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정확하게 이것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더군요. 즉, 2시간 동안 끙끙 거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가 고쳐졌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저의 전공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컴퓨터에 관한 부분도 이렇게 헤맬 수가 있네요. 그런데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가 가장 자신 있다는 부분도 이렇게 부족한 면이 있는데, 하물며 나에게 있어서 자신 없는 부분을 어떻게 다른 이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마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하고 말했던 내 자신의 교만함이 얼마나 한심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은 세금문제를 연결해서 예수님을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합니다. 즉, 세금을 바쳐야 한다고 하면, 세금을 내는 화폐에 적혀 있는 ‘신의 아들’이라는 로마 황제 얼굴을 하나의 우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되지요. 반대로 우상 숭배라고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하면, 로마의 지배를 반대하는 것이 되니 반역자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는 말씀을 하시지요. 바로 세상일은 세상의 것에, 그리고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은 스스로 모든 이의 위에 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나타나서 자신의 권위가 흔들렸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일에 관한 문제를 세속적인 헤로데 당원과 손을 잡아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는 욕심과 교만함 때문에 그들 스스로 세상일은 세상의 것에, 그리고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 돌리는 겸손함을 갖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혹시 내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나의 권위를 위해서 때로는 세상의 것들과 결탁하여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내가 소위 전공이라고 말하는 것도 완벽하게 잘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교만함을 가지고 있을까요? 세상일은 세상의 것에, 그리고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는 겸손한 마음들……. 그러한 마음이 필요한 나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조그만 더 겸손해 보자구여.



말이 남기는 상처('좋은생각' 중에서)



숲에서 한 나무꾼이 나무를 베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나무꾼은 큰 나무 아래로 피했다. 비가 그친 뒤 나무꾼은 고마운 마음에 그 나무는 베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무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언제든지 제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게 해 드릴께요."

그러자 나무꾼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네 덕분에 비를 피한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다시 올 일은 없을 거야. 네 몸에서 나는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거든."

나무는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럼, 도끼로 저를 치세요.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으니까요."

나무꾼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나무와 인연을 끊고 싶어서 시키는 대로 하고 떠났다.

몇 십 년이 지난 뒤 고약한 냄새가 나던 나무 주변에는 다시 어린 나무가 자라 숲이 무성해졌다. 그곳에서 또 나무를 베던 나무꾼은 옛날 그 나무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나이가 들어 현명해진 나무꾼은 도끼로 나무에게 상처를 입힌 일을 후회하며 말했다.

"내가 몸통에 낸 상처 때문에 네가 썩어 버렸을까 걱정했다. 지난 세월 나는 얼마나 후회 속에서 살았는지 몰라. 미안하구나."

그러자 나무는 대답했다.

"당신이 도끼로 나를 내리친 순간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상처가 아문 뒤에는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당신이 냄새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한 말은 잊을 수가 없었어요. 아니, 평생 잊지 못할 듯하군요."
 
 
“Why are you testing me?
Bring me a denarius to look at.”
They brought one to him and he said to them,
“Whose image and inscription is this?”
They replied to him, “Caesar’s.”
(Mk.12.15-16)
 

 

 
Chris Spheeris -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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