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그때에 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서 대답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그러자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보다 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다. (마르 12,28ㄴ-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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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으로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겠는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그리스도인의 신원임을 가슴 깊이 깨달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종신서원을 앞두고 40일간 침묵 속에 피정을 할 때였다. 내 인생 여정 속에 계신 하느님 현존을 가슴 깊이 담고 그 사랑이 넘쳐흐르게 했던 은총의 시간이었다. 어찌 그리 큰 은혜를 받고 살았는지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정성껏 기도를 했다. 일 초, 일 분도 남김없이 하느님으로 내 모두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면서 말이다. 사랑의 숨결과 성령의 이끄심으로 내 생을 감싸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놀랐다. 부족하고 모순투성이인 나를 이리도 사랑하신다니 그 사랑에 겨워 많이 울기도 했다. 수도생활을 시작할 때 내게 생명을 주시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면서 앞으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 그 ‘첫 마음’으로 재무장하며 피정을 마친 것이 엊그제 같다.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했는데 지내다 보면 나를 더 사랑해 주시지 않는다고 하느님께 투정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내 하느님 사랑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로서 내게 남은 일은 내 마음과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밖엔 없다는 고백 기도로 마무리하게 된다. 내 남은 생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올인하게 하소서!
김희경 수녀(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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