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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손가락이 아닌 달을 . . . . . .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1 조회수998 추천수14 반대(0) 신고

 

 

 

 



     성체 성혈 대축일

우리는 그 유명한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를

복음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교회가 성체 성혈 대축일에 이 복음을 택하는 까닭은

오천 명을 먹이신 그 기적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최후의 만찬을 통해

당신이 세우실 성체 성사를 상징적으로 미리 보여주시는 사건임을

함축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이 사건은 그 함축적인 의미 안에서

성체 성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예수께서 참으로 당신이 누구 신지,

어떤 분이신 지를 우리에게 잘 보여주시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지니신 분이십니다.

 

예수께서는 여러 곳을 다니시느라 지치셨기 때문에

좀 쉬시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시려고

제자들과 함께 호수 건너편 한적한 곳으로 가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멀리까지 그분을 찾아 온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사람들을 기꺼이 맞아

먼저 하느님 나라를 설명해 주심으로서

영적인 목마름을 채워주십니다.

 

그리고 병든 이들을 다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날이 저물자 사람들이 허기지고 지친 것을 보시고

그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것입니다.

 

 

물리적인 기적을 믿지 않는 어떤 신학자들은

이 사건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9 마일이나 떨어진 곳이다.

사람들이 9 마일이나 떨어진 곳을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기 자기들의 몫의 음식을 준비해 왔다.

 

그들은 그것을 단지 자기들만을 위해 감추어 두었는데

예수께서 이것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제자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선뜻 사람들과 나누게 하시었다.

 

그러자 이것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들 것을 나누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들은 모두가 충분히 함께 음식을 나누게 되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베푸신 기적이란 다름이 아니라

자기들만을 생각했던 이기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풍요로운 마음으로 바꾸신 것이다.

예수께서 많게 했던 것은 빵과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 설명이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손으로 느낄 수 있어야 받아들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그럴 듯 하고,

또한 서로 나눌 때 거기 풍요로움이 있다는 진리는 틀림이 없기에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설명을 들으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도 예수님의 기적을 믿기가 어려운가...?

 

단순한 마음으로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



불가에 잘 알려진 비유에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바라보라'는 말이 있지요.

달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 손가락은 달을 쳐다보게 하기 위한 표지일 뿐이지요.

 

그런데,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쳐다보지 않고

그 손가락만을 쳐다보면 달은 놓쳐버립니다.

 

예수께서 베푸신 기적이나 이적은 모두 하나의 표지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달을 바라보는 대신

그 표지인 손가락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빵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빵을 많게 하신 그분이 누구신지를 보아야 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여 배불리 먹이신 것은

하나의 표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썩어 없어질 양식이라는 그 표지를 보고

영원히 살게 할 없어지지 않을 양식에 눈길을 주고

그 표지가 가리키는 의미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들은 다만 배불리 먹은 빵 때문에 그분을 다시 찾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또, 우리가 들은 제 2독서는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성체 성사를 세우신 그 대목을

바오로가 코린토의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기시켜 주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매 미사에서 듣는

성찬의 전례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지요.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마는

교회의 전례 용어가 조금씩 바뀌어서

교우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왜 전례 용어와 미사 경문 기도문 등을 바꾸었는가?' 라는

질문을 하였는데

 

그 이유는 많은 용어들이 옛날 말로 생소할 뿐만 아니라

몇 부분이 오역이 있었기 때문에

바르게 옮길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오역이 바로 이 성찬 예식 부분이었는데

제대로 바뀌었습니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로 되어 있던 부분이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로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기념한다고 하면

기념식장에서 행사를 치르는 어감을 지니고 있지요.

 

예수님께서 바라신 것은 그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당신의 삶과 가르치심, 죽으심과 부활을 기억하기를 바라셨지

단지 기념하고 넘어가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소중히 기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기억하고 행하기를 바라신 것은

단순한 예식, 둘러앉아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그 예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당신이 행하신 그 사랑의 행위,

당신 자신을 빵으로서 내어 주신 그 사랑의 행위입니다.


우리들이 행해야 하는 것은 단지 이 예식이 아니라,

이것,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나누시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 예식을 하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예식만을 강조하면 달을 바라보지 않고

그 표지인 손가락만을 바라보는 격이 됩니다. 

성체 성사의 의미는 바로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그 사랑의 행위인 것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서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나누시는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성체 안에 참으로 당신이 현존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그분을 모실 때 그분이 우리 안에서 일하시며

우리에게 힘을 주십니다.

 

 

그분의 힘으로 우리는 힘차게

그리고 기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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