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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속의 사랑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2 조회수833 추천수8 반대(0) 신고

사랑 속의 사랑


사랑이란 말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 그런데 사랑은 말이라기보다 행동이 있어야 그 안에 참 사랑이 현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수님이 우리의 스승이여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바로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사랑을 말로뿐만 아니라 몸소 보여주셨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부부간의 사랑을 이야기 하면 신부가(新婦가 아니라 神父) 웃긴다 하겠지만, 들은 것을 종합해서 이야길 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봐도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 안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이라 하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청춘에 가슴이 콩닥거려 만나, 장미다발 세례를 한 뒤 멋지게 결혼에 올인 하여 모든 것을 나누고, 그 사랑이 항구하게 가는 가운데 아이들도 키우고 황혼에도 두 손을 꼭 잡으며 산보도 하고 함께 모든 것을 나누며, “그래요 당신이 있어 참 이 세상 여행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난 당신을 꼭 선택할 거여요.” 이렇게 하며 석양의 지는 해를 가슴에 담으며 이 세상과 안녕을 하는 사람은 참 사랑을 산 사람이다.

 

황혼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음이란, 평소에 늘 마음이 통했거나 아니면 늘 많은 속 대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 것 없이는 아마 이런 마지막 고백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수도자들의 삶도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어떤 수도자는 죽는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아 자신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기가 다 쇄진해서 거동은 어려워도 정신은 맑기에 원장신부에게 미사를 청하고 영성체를 한 뒤 조용히 눈을 감으니 그 길이 바로 천국이었다.

 

성함을 밝히지 않지만 암으로 고생을 하신 분이시다. 그러나 주사 한대는커녕, 진찰 후 “암 이래지....... 아버지께서 오라시니 얼른 가야지” 하신 분이셨다.

 

이런 분이 계신가 하면, 황혼녘에 이 세상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은데, 누가 봐도 온갖 의료술에 의존하여 사는 것을 보면 참 그렇다. 물론 삶을 내 스스로 결정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참 힘들기는 하다.

 

그러기에 온전한 몸과 정신이 있을 때 나를 온전히 봉헌하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 내가 존경하던 한 수도자는 장수도 하셨다. 백수를 다 즐기셨으며, 거의 병이나 힘이 들어 눕지도 않으신 분이 마지막 누우시더니, 5일 곡을 끊으시고 기도 하시는 가운데 아버지 품으로 가셨다. 참 수도자였다고 보여 진다. 나도 그렇게 되길 늘 기도하며 산다. 이런 영역은 수도자가 하느님 아버지와 맺어가며 삶 안에서 엮어가는 사랑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인간은 하느님 품으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 품으로 간다. 그 여행이 길어야 백여 년이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안에서 가정을 가지든 수도 공동생활을 하든, 그 안에 어떤 사랑의 양식이 있긴 있어야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랑을 사느냐 이며, 언어와 같은 유희의 사랑이 아니라 몸에서 배어나는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 이런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우린 이런 시간들을 가지게 된다.

첫째는 하느님과 맺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무와 허와 공의 사랑이다.
둘째는 부모와 자식간에 맺어지는 사랑이며, 혈과 육과 정과 끈끈함의 사랑이다.
셋째는 친구 간의 의리의 사랑으로서 경쟁과 우정과 협력 안에서의 사랑이다.
넷째는 이성과의 열렬한 사랑으로의 이동이며, 정신없는 사랑의 시간일 수도 있다.
다섯째는 다시 부모가 나눠 준 사랑으로 인간적인 회귀이며, 둘이 하나로 되는 사랑이다.
여섯째는 인간의 한계 안에서의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일시적인 갈라짐을 맛보는 사랑이다.
일곱째는 다시 영원한 사랑으로써 영적인 회귀를 함으로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사랑이다.  

이러한 과정을 잘 마감하는 사람이 참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맛보고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싱겁긴 하지만 히히 웃으며, 난 그래도 그렇게 살았는데 하면, 잘은 몰라도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히히 하시며 즐겁게 맞아 주실 것이다. 사람들과의 사랑을 넘어 하느님과 함께 사랑을 나눔이 바로 사랑 속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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