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길 잃은 양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5 조회수691 추천수4 반대(0) 신고

 

 

<길 잃은 양> ...  윤경재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 그러다가 양을 찾으면 기뻐하며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루카 15,3-7)



<보랏빛 들꽃에 한눈팔다> ... 윤경재



너른 초원에서 뛰노는 양떼

목동이 부르는 흥겨운 노래에 맞추어

넉넉히 풀 뜯던 기억 아련해

봄이 가고 뜨거운 여름 

가슴 울렁이는 양 한 마리 되어

신비한 보랏빛 들꽃에 한눈팔다.

 

 

환상 속 염소들과 어울려

승냥이 가면 쓴 무도회에선

빙글빙글 군무를 추었다

음양곽으로 빚고 오디로 맛 거른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불나방이 이끄는 대로

세상 온 데를 싸돌아 다녔다


사위는 어둠에 깔리고

추위에 오금을 떨다 깨어

언뜻 눈을 떠보니 외딴 곳 돌산 가시덤불

악몽을 꾸었나

살진 살갗은 찢어져 쓰라리고

애써 가꾸어 탐스러운 털은 흙먼지 뒤집어썼다


검은 먹구름이 몰고 온 거센 바람에

다리는 맥 풀려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마른천둥에도

내 안에 숨죽여 기다렸던

추억 저 넘어 어디선가

낯익은 음성 노랫소리 들려와

잊었던 내 이름을 부른다

갈라진 신음소리 목에 걸려 잠기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만이

쓰디쓰게 응답한다

그가 찾아와 불러준다면 내 생명 사르리


.............. 아!

바람결인가 꿈결인가

애타게 그렸던 내님 다시 찾아와

한때 눈길 벗어난 허물을 탓하지 않고

따뜻한 가슴 힘센 어깨에 둘러메시니

가시덤불 험한 길 낭떠러지 오솔길 건너

잰 발걸음에 맞춰

출렁이며 하늘을 난다


벽 같아 보여 넘고 싶었던 울타리

왠지 미웠던 부모형제들

다시 보니 반갑기만 하다.



비스듬히 마주친 그의 눈에 어린

나의 모습은 영락없이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다.



      
정세훈/Comfort 앨범 이어듣기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