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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의 것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6 조회수728 추천수5 반대(0) 신고

 

 

<아버지의 것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 파스카 축제 관습에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에 소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았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 2,41-51)



  루카복음 저자는 참으로 용의주도하고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소년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루카복음서에서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을 미리 서곡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시메온 예언자가 예언했던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는 내용이 들어맞는다는 것을 미리 맛보기로 보여 줍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지혜와 권능이 있는 분으로 묘사하기 위해, 그 당시 위인들을 찬양할 때 흔히 쓰였던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는 어법을 채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처음부터 비범한 분이셨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울러 성모님의 모범적인 성덕도 같이 드러내줍니다.


  유대 율법에 의하면 남자는 13세 되는 해부터 축제 때 성전순례를 의무적으로 해야 되었습니다. 여기서 루카저자가 어린 예수의 나이가 12살이라고 언급합니다. 이는 예수께서 성전과 율법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말해 줍니다.


  아마도 어린 예수가 성전 방문을 한 것은 이번이 첫 방문이었을 것입니다. 첫 방문 때부터 성전에서 사람들을 놀래게 만드는 지혜와 의외성을 드러내 보입니다.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약 120Km쯤 떨어졌는데 걸어서 3일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 부모가 예수와 헤어져 하룻길을 걸어간 것은 그 거리만큼이나 떨어져 있는 예수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을 잃고서 정신없이 제 길만 걸어가는 인간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집과 인간의 집 사이를 오가는 인간적 한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라고 말하는 어린 예수의 대답은 지금 우리에게도 상당히 놀랍고 어색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여기서 예수님은 “당신의 아버지의 것”에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말하고 계십니다. 그리스어 본문의 뉘앙스로는 아버지께서 현존하시는 집인 성전은 물론이고 무엇에서든지 하느님께 속하여야만 한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영어로도 “must be 또는 would be”로 번역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무엇인가 깨닫고 알아듣도록 요청하고 계십니다.


  당장은 알아듣기 힘들어도 앞으로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삶을 통하여 하느님께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하느님께서 가리키시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게 될 것입니다.


  루카 저자는 그 모범을 성모님을 통해서 보여 줍니다. 예수의 부모는 어린 자식을 잃고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당황한 심정을 경험하셨습니다. 또 일평생 가슴 졸이며 사셨으며 칼로 찌르는 고통을 당하실 것이라는 예언대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묵묵히 참아 내시고 마음에 새겨두시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자세를 닮으라는 요구입니다.


  우리가 신앙의 여정에서 흔히 겪게 되는 “신앙의 어두운 밤”체험이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예수님의 부재는 만사를 하느님께 속한 것에서 찾아야 하는데 인간에게 속한 것에서 찾으려할 때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십자가의 성 요한이나 여러 성인들께서 말씀하는 어둔밤의 경지는 이와는 다릅니다. 그 경지는 주님께 온전히 속하기를 원하는 단계가 완성단계로 들어가기 위해 주님께서 이끄시는 은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신 성모님과 요셉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나아가는 순례의 길에 있습니다. 그 길에서 주님을 잃고 방황할 때 우선 하느님께 속한 것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주님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인간적인 것을 찾아 나서다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는지 반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La Califa / Kentaro Han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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