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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체험 나누기/지난해 오늘의 일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8 조회수538 추천수3 반대(0) 신고

 

                       생활체험 나누기/지난해 오늘의 일들





※지난해 오늘, 즉 2006년 6월 18일 34명의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들에게 보낸 '가족 메일'을 일년 후인 오늘 읽어보니 내용 중에 굿 뉴스 형제 자매들께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용 일부를 올립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조금이라도 참고하실만한 얘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략)

★태안문학 제16집 편집 작업 완료

일주일 동안 꼬박 눈에 불을 켜고 <태안문학> 16집 편집 작업을 한 다음 지난 15일(목) 아침에 모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네. 원고 넘기는 일을 위해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었네. '웹하드'라는 전문 사이트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용량이 큰 사진들도 모두 쉽게 들어가네. 책 한 권 분량의 원고 일체와 사진들까지 집에 편히 앉아서 단 시간에 전송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네. 이렇게 편리한 인터넷 세상에서 그 인터넷을 활용하여 고전적인 종이 책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면서 재미있고….

'책 안의 소시집/고장 관련 목적시 모음'이라는 특집을 꾸몄는데, 이 특집에는 모두 다섯 명이 참여했고, 나는 가장 많은 14편의 목적시를 올렸네. 나는 우리 고장과 고장 밖의 이런저런 행사들에 목적시(축시·헌시·송시·추모시·기원시)를 많이 지어주고 또 직접 낭송해주는 일도 많이 했는데, 그 목적시들을 모으면 너끈히 책 한 권이 될 것 같네. 훗날 기회가 되면 목적시들만을 따로 모은 시집을 낼 마음도 갖고 있네. 그 많은 목적시들 중에서 우선 고장 밖의 행사들에 참석해서 낭송한 시들은 제외하고, 고장 관련 목적시들 중에서도 기왕에 <태안문학>에 발표한 시들, 태안성당 '성모의 밤' 행사에서 낭송한 신앙시들, 결혼 축시들, 그리고 교지와 행사 팜플렛 등에 실리기만 한 시들은 제외하고 14편을 추려 이번 특집에 넣은 것일세. 이 '고장 관련 목적시 모음' 특집은 전국의 수많은 문예지들 중에서 우리 <태안문학>이 최초로 선보이는 일일 듯싶네.

원래는 '지동환 선생 20주기 추모 특집'을 꾸밀 생각이었네. 올해로 별세 20주년이 되는 아버님의 기일이 양력 2월 7일이기 때문에 <태안문학> 제16집(2006년 상반기호)에 아버님 추모 특집을 꾸미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내 아버님이라는 사실이 묘한 조심스러움을 갖게 했고, 일찍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하지 못한 관계로 다음 17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네. 다음 17집에는 꼭 아버님 20주기 추모 특집을 꾸미고, 그것을 위해 일찍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할 생각일세.

그리고 내년에는 안면도 출신 채광석 시인 20주기 추모 특집을 꾸미고, 2010년에는 이래수 박사 20주기와 <태안문학> 창립회원이었던 박중식씨 10주기 추모 특집을 꾸밀 생각이네. 그런 계획들을 이번 16집의 '편집후기'에 일찌감치 밝혀놓았네. <태안문학>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그 누구라도 우리 고장 출신 작고 문인들에 대해서는 사후에 격조 있는 조명과 추모로 각별히 예우를 해드릴 생각일세.

그런데 걱정이 없지 않네. 내가 회장의 짐을 벗고서도 계속 편집 작업을 맡고 있고 또 돈 만드는 일도 거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무한정 그 노릇을 안고 살 수는 없는 일…. 너끈히 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지닌 인재가 쉬이 나타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내가 오로지 내 작품 집필 쪽으로만 전력 투구하는 국면을 맞게 되거나 어느덧 노쇠하여 기력이 미진하게 될 경우 <태안문학>이 더 나은 모습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네. 문학이 점점 더 힘을 잃어 가는 이 부박한 시절을 생각하면 더욱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는 것 같고….

편집 작업을 하다 보면 교열 작업의 범위가 큰 사실에서 곤혹스러움과 비애도 크지 싶네. 조악한 표현이나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작업은 심한 스트레스도 갖게 하는 것 같네. 철저히 손을 보지는 못하고, 대강 손보는 일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네. 정말 남의 글을 고치는 일은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

손볼 데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작품다운 작품'을 쓰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어떤 이들은 글에 대한 외경심이 전혀 없는 것 같네. 자신이 쓴 글과 편집자가 고친 부분을 잘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터인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는, 그래서 전혀 발전이 없는 똑같은 형태의 글을 계속 써 보내는 경우를 대할 때는 한숨이 나오네. 마치 회원의 지면 확보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의 지면 확보는 기정사실이라는 듯이 너무도 쉽게, 참으로 유치한 내용의 글을 아무 부끄러움 없이 낙서처럼 써 보내는 태도를 접할 때는 몹시 화가 나기도 하네.

글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는 것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할 텐데…. 문장 하나하나, 낱말 하나하나, 토씨와 부호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고민을 하는 태도와 버릇이 내성화되어야 하는데….

기왕부터 지방 문학지의 조건과 한계를 잘 인식하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는 있네. 전국적인 상업 문예지들의 수준을 탐할 생각은 아예 없네. 과욕보다는 겸손한 태도가 낫다는 생각도 하네. 하지만 책의 수준이 너무 조악한 것은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넘어 슬픔까지 갖게 하네. 글의 내용은 둘째 문제이고, 글의 기본이고 외양인 문장부터 제대로 된 글들만으로라도 책을 꽉 채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것마저도 사실은 요원한 꿈이라는 사실이 곤혹스러움과 비애를 갖게 하네.

그리고 지역에서 지역문학지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는 내 노력이 과연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종종 의문을 갖곤 하네. 고향을 뜨지 못하고 줄곧 고향에 몸을 놓고 살면서 그 동안 <흙빛문학>, <태안문학>, <소설충청> 등의 문예지를 만들고, <갯마을>과 <새너울> 등 지역 언론 매체를 만드는 일에 헌신해왔던 삶이 내 전체적인 삶 안에서, 또 내 문학 업적 안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네. 문학의 소용 가치가 점점 더 퇴색해져 가고 있는 오늘의 부박한 현실을 생각하면 그 의문은 필경 '회의'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어머니의 남해안 여행

지난 12일(월)-14일(수) 2박 3일 동안 성당 할머니들이 전남 해남의 '땅끌마을'과 완도와 보길도를 돌아보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네. 이 행사에 어머니도 참가하셨네. 신부님이 직접 인솔을 하셨고, 성당의 승합차 2대와 신자 승합차 1대가 동원되었고, 최병석 요한/김응렬 대건안드레아/안종석 미카엘 형제가 운전 봉사를 했다고 하네.

어머니는 그 여행이 무척 즐거우셨던 것 같네. 여행 중이실 때 최병석씨와 신부님 휴대폰덕에 두 번 통화를 했는데, 설사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컨디션도 좋고, 매우 기분 좋으신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네. 할머니들 20명에 도우미 자매 2명(권영숙 로살리아/박인자 안젤라)이 동행을 했는데, 예약을 해놓은 콘도에서 숙식을 하며 정말 재미있게 여행을 하셨다고 하네.

14일 오후 태안에 도착하여 원북의 조택상 야고버 형제가 최근에 차린 돼지고기 전문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까지 하고 돌아오신 어머니의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접하며 다시 한번 신부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네. 성당의 노인들께 늘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시고, 또 한번 할머니들의 먼길 여행을 주선하시면서 이번에는 특별히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과 완도와 보길도까지(배에다가 승합차 석대를 모두 싣고) 구경시켜 주신 신부님께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네.

나는 미처 현금을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요즘은 비씨카드 사용이 생활화된 관계로) 출발하시는 날 아침에 어머니께 용돈을 겨우 5만원을 드렸는데 어머니는 그 돈을 성당에서 홍헌표 베드로 신학생에게 주셨다고 하더군. 어머니가 홍 학사에게 용돈 주시는 것을 본 유연숙 마르타 할머니도 홍 학사에게 5만원을 주셨다고 하니, 어느 모로는 어머니가 10만원을 주신 셈….


★규왕 아배의 신심과 아내에 대한 배려

지난 14일 규왕아배가 500만원을 가져왔네. 규왕엄마가 생전에 들어놓았던 적금이 만료되어 인출한 돈이라고 하더군. 규왕엄마가 생전에 들어놓은 적금이니 규왕엄마를 위해서 쓰는 것이(하느님께 바치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과 함께….

다음날 성당에 가서 제수씨의 이름으로 성녀 요안나상 봉헌금 300만원과 성전 바닥 크리마뇽 대리석 넉 장(지근하 강은실 지규왕 지규빈 몫) 값 40만원, 성당 의자 하나(규왕이네 몫) 값 10만원 합 350만원을 사무장님께 드렸네. 내가 우선 빌리는 형식으로, 우리 가족 다섯 명 분 대리석 값 50만원도….

나머지 150만원은 어머니와 규왕이와 규빈이의 일본 여행 경비로, 그리고 가족 여행 잡비로 쓰라는 얘기였네.

요안나상 봉헌을 꼭 강은실 요안나의 이름으로 해주고, 성전 바닥 크리마뇽 대리석 봉헌에도 꼭 강은실 요안나의 이름을 넣어달라는 부탁이었네. 자신은 비록 직업 관계상 신앙 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하지만, 생전에 열심했던 아내의 신앙 생활을 깊이 마음에 두는 눈치였네.

그리고 규왕아배는 재미있는 얘기도 하나 했네.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50대 중반쯤의 동료가 한 분 있는데 매우 열심한 개신교 신자라고 하네. 열심히 하나님을 믿는 것은 좋은데, 광적인 부분도 있고, 경직성과 편협성이 극단적일 정도라고 하네. "너희는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인하여 교회가 많아진 것이니 개신교의 교파 분열은 아무 문제가 없고, 마르틴 루터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계승자이고, 예수님을 믿은 사람들은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행실과 관계없이 다 천국에 가지만 타종교인들과 불신자들은 아무리 옳은 일을 하고 착하게 살아도 모두 지옥에 가고, 천주교 신자들은 우상 숭배를 하고 마리아를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절대로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그 놀라운 '믿음'을 철저히 고수하는 사람이라는 것.

지금은 용접 기술자로 일하지만 과거에는 공무원 생활도 했다는, 그리고 어느 정도 인생 연륜을 지닌 사람의 그 꽉 막힌 사고 구조가 하도 놀랍고 무섭기도 해서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규왕 아배가 천주교 신자인 것을 알고 그 사람이 자꾸만 말을 걸어와서 여러 번 논쟁도 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규왕아배는 우리 집에 와서 저녁 식사 후에 늦게까지 박도식 신부님이 쓰신 <천주교와 개신교>라는 책을 찾아서 탐독을 하더군. 또 그 책을 가지고 가서 그 사람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주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 사람이 아예 그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네. 책을 받아 가긴 했는데, 읽는 눈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 천주교 신부님이 지은 그런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죄로 여기는 듯하다고…. 그 말에는 마누라도 동의를 했네. 옛날에 개신교 신자였던 마누라는 그 사람이 그 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 그 책을 읽어도 되느냐고 목사님에게 물어볼지도 모르지만, 목사님이 허락하실 리 없고…. 그 사람이 그 책을 끝내 읽지 않을 것은 분명할 것 같네. 내가 전에 마누라의 동료 교직원들인 개신교 신자 몇 분에게 그 책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전혀 읽은 눈치가 보이지 않더라는 마누라의 말도 있었고….

규왕 아배는 작업 현장에서 그 사람과 조금은 서먹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어 괜히 신경이 쓰인다는 말을 하면서, 그 사람을 통해 한국인의 부정적인 속성을 느끼게도 된다고 하더군. 한국인의 광적인 맹종심과 편협성은 폭넓은 시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북한의 독특한 일인 숭배 체제를 가능케 하고 남한 사회의 세계 최대의 종교 열풍도 가능케 한다는 얘기였네. 북한의 주체사상에 의한 체제 유지와 남한 사회 개신교의 번창과 열렬한 신앙 행태와 대형 교회의 세습 관행 속에는 어떤 공통성이 있다는 얘기….
                                    
내가 일찍이 헤아린 사항인데, 규왕아배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고졸 학력 기술 근로자인 동생의 높은 의식 세계를 다시 한번 접하는 기분이었네.

(후략)

이 '생활체험 나누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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