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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19일 야곱의 우물-마태 5, 43-48 묵상/ 원수 사랑이란?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19 조회수68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원수 사랑이란?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태 5,43-­48)

◆1992년 세간을 놀라게 했던 여의도 차량질주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자신을 냉대한 사회에 복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던 김용제씨는 그해 8월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어린아이들을 향해 훔친 차량으로 살인질주사건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22세였던 그는 시력이 나빠 어렵게 취직을 했지만 한 달도 안 돼 번번이 쫓겨나곤 했습니다. 형제와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하자 사회에 복수한 다음 자살할 마음으로 살인질주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선고공판이 열린 법정에서 재판부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재판은 십 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때 방청석에는 재판 과정을 지켜본 서윤범 로사리아씨가 있었습니다. 로사리아씨는 이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윤신재 군의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담당 검사를 찾아가 피고인 김용제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수갑과 포승으로 양손이 묶인 피고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진땀과 눈물을 쏟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를 반복했습니다.

 

신재의 할머니는 손수건을 꺼내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두 손을 꼭 잡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할머니는 손자를 숨지게 한 살인범이지만 ‘용서한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할머니의 용서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되고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며느리가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병을 얻었고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정정하던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이 연이어 세상을 뜨자 할머니는 요셉을 용서할 수 없었고 하느님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손자 하나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부족해 연이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요셉이라고 생각하자 원망과 미움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답니다.

 

결국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으면서 2년 만에 다시 그 형제를 찾아가 용서를 해주었답니다. 더 나아가 할머니는 그 형제를 양자로 삼았습니다. 많은 가족을 잃고 얻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머니는 노력했지만 결국 그 형제는 199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었고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그 아들을 위해 기도하겠노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로사리아 할머니의 삶이, 진정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 세상에서 구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곽용승 신부(부산 가톨릭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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