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 삶을 섬세하게 주관하시는 하느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20 조회수682 추천수9 반대(0) 신고

 

요즈음 부쩍 제 건망증이 늘어 가히 국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할 때부터 일이 터졌습니다. 떠나기 전에 수첩에 처리해 놓고 갈 일들을 빼곡히 적어 놓고, 처리할 때마다 하나 하나 지우면서 처리하였습니다.

 

미리 챙겨둔 여권과 비자가 있는 구여권, 그리고 해외운전면허증 등과 흰 봉투에 환전해서 넣어둔 여행경비까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지갑속에서 작년에 미국에 다녀갈 때, 쓰다 남았던 20여$로 LA에서 떡을(한국에서부터 가져가는 것이 나무 무거워서)맞추고 다음 날 떡을 찾을 돈을 챙기다가 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 봉투가 여행사에서 비행기표를 보내온 빈 봉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차, 봉투를 뒤집어만 보았더라도 그 밑에 있는 봉투(돈이 들어 있는)를 챙겨왔을 텐데....

 

행여나 걱정이 되어 한국으로 전화를 해서 아들에게 알아보니 다행히 돈이 들어 있는 봉투는 두었던 그 자리에 잘 있었습니다. 덕분에 도미니까 자매님께 신세를 지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한 열흘 잘 지내다가 드디어 오늘 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위와 딸이 어제 5일 일정으로 캐나다의 토론토로 학회에 참석차 떠나고, 외손녀인 영후와 지내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11시 미사에 가기 위해 9시 11분 버스를 타려고 서둘러 집을 나서다가 그만 열쇠를 집에 두고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이왕 벌어진 일이니, "잘 되겠지" 하며 우선 성당에 가서 성체조배와 미사에 참석을 하기로 하고 버스에 올라타 휴대폰으로 딸에게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다시 딸에게 전화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영후가 오면 혹시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며, 오후 3시에 영후가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쇼핑 몰에 들러 볼일을 보기 위해 환승 버스를 타려고 내린 곳이 잘못 내리게 되었습니다.

 

영후가 돌아오는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쇼핑몰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간단히 점심을 요기하였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점심을 먹고 나서는 순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캄캄해지고 우산도 뒤집히고,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쇠를 두고나와 집은 잠겼지, 폭우는 무섭게 쏟아지는데,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 곳도 헷갈리지 겁이 와락났지만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간신히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하고 폭우가 잠시 약해진 틈을 타 정류장으로 가는 도중에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쳤습니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려면 4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막막했습니다. 마침 우회전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두 부부가 타고 있는 차가 있기에 다가가서 Buckland Ave로 데려다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을 하고 저희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천사같이 만난 두 부부를 따라 차에 동승하고 오면서 앞이 안 보이도록 쏟아진 돌풍에 차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은 광경도 목격하였습니다.

 

버스 다니는 길에서 내려 주어도 되는데 그 분들은 5리를 가자는 사람에게 10리를 가주는 사랑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분들이 가는 길에 저를 태워다 준 것이 아니라 일부러 저를 태워다 주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분이 머리에 뜨개질한 빵떡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유태인 같았습니다.

 

다시 딸에게 전화를 해도 감감소식이라 가방에서 주보를 꺼냈습니다. 지난 주일에 버팔로 성당에서 한국신부님께서 오셔서 집전하신 미사에 참석하고 받아온 주보였습니다.

 

지난 주일에 미사를 하면서 오르간 연주자가 없기에 제가 대신하면서 봉사자가 성가 번호를 적어 준 주보였습니다.

 

이렇게 잠긴 문을 따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 있을 때에 딸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초지중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보에서 로체스터 한인천주교 공소회장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요한 마리비안네 회장님이 회사에 근무중이신데도 불구하고 열쇠를 따주는 곳을 수소문하여 문을 따게 되었습니다.

 

잠긴 문을 따주는 비용이 50$이었습니다. 비상금으로 40$만 가지고 있어서 금요일까지 버스를 타고 다닐 비용 10$을 제외하고 30$밖에 없어서 요한 마리비안네 회장님이 회사 근무중인데도 오셔서 20$을 더 지불해 주셨습니다. 설령 딸이 인터넷에서 문을 따주는 곳을 알아서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해도 비용이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딸이 떠나면서 비상금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말에 버스비만 있으면 되겠기에 충분하다고 사양하였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 회장님께 전화를 할 때, 저를 몰라보시기에 지난 주에 반주한 사람이라 하였더니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딸이 떠나기 전에 집을 정리하면서 그 날 받았던 주보도 재활용 쓰레기에 버리려는 것을 제가 집어둔 것이었습니다. 이 때 버리려던 주보를 챙기면서 이상한 예감이 들었었습니다. 

 

버리려던 주보가 저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입니다. 영어가 짧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주보가 없었다면 참 막막했을 것입니다.

 

건망증이 빚어낸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섬세하신 스케줄안에 들어 있는 제 삶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빛깔               <시련을 겪을 때>

 

 

우리에게

상처와 위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은총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승리를 얻는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이 비록 우리를 아프게 할지라도

우리는 그 고통의 빛깔을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

 

상처와 고통을 믿음으로 대면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고 아름다운 빛깔로 배합하고 

또 그렇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다.

 

                     -신앙의 인간 요셉

 

 

               <지금은 다시 사랑할 때/송봉모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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