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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물의 비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22 조회수688 추천수6 반대(0) 신고

 

 

<보물의 비밀>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마태 6,19-23)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웰비잉(well being)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본래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원래 ‘being’의 의미는 존재, 살아있음을 뜻하는 단어인데 ‘웰비잉’이라는 말에는 인간답게 살고, 존재하자는 의미보다는 무엇인가 잘 하자, 잘 먹고, 잘 즐기자는 ‘well doing’ 의 의미가 강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서 먹자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복을 부르는 풍수며, 가구 배치며, 어떻게 하여야 웰비잉에 성공하고 또 좀 더 화려하고 멋있게 사는지에 관한 것은 정도를 벗어난 것입니다.


  영어로 인간을 ‘human being’ 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라틴어로 흙, 땅, 겸손, 낮음을 뜻하는 단어 humu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즉 인간은 흙에서 나왔으며 땅 위에서 살아가며 존재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신과 비교하여 낮고 겸손해야 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무엇인가 성취하고 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언제나 인간을 ‘doing’ 즉 일을 행하고 성취하여야만 하는 존재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와 그 목적을 생각해보려하지 않고 그저 바쁘게 ‘doing’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남보다 뛰어난 일을 해야 능력 있는 것으로 압니다. 꼭 권력을 쥐고,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하는 줄 압니다. 그러기에 공부의 목적도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 인간답게 사는 데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남보다 빨리 출세해서 성공하느냐에 있게 됩니다.


  심지어 요한복음 6,28에 보면 군중들이 예수님께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질문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일마저도 무엇인가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점은 오늘날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의외로 무슨 일을 하거나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알려 줍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doing’ 즉 행위가 아니라 변화되는 상태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인간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불확실한 미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확실한 것으로 보장받고 싶어 합니다.


  제 생명의 안전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사람들은 끝없이 노력 합니다. 살아오면서 궁핍과 상실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 험한 꼴을 당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특히 남들과 제 처지를 비교를 하게 되면 그 곤란이 가져오는 두려움은 더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후세들에게 미리 교육을 단단히 시켜 놓습니다. 확실한 보장을 약속하는 것에다 매달리라고 철저하게 학습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들은 실제 힘든 일이 벌어져 겪게 되는 고통을 보다 과장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낼 수도 있는 경우에도 지레 겁을 먹게 됩니다. 그러고서는 더 소중한 것마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합니다. 인생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귀중한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말입니다. 진정 가치 있는 일이란 눈에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소유와 부유를 통해서 미래를 보장하고 편안하게 살려는 인간의 욕망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엇보다 쉽게 변질되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립니다. 두 번째로 이런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잘못된 목표를 향해 달음질치게 만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청중들에게 삶에서 진정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일에 전심전력으로 헌신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보물을 예로 드십니다. 보물은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물에 마음이 붙잡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물은 교환의 가치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귀하게 여깁니다. 사실 보물 자체는 엄밀히 따지면 아무런 쓸데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여러 사람들이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나중에라도 제 값을 받고 교환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보물은 언젠가는 손상되고 없어지고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걱정을 하여야 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라는 것입니다. 존재의 목적을 알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자신을 낮추어가며 들어오신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현재 처지가 어떠하던 간에 그 생명을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선가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입니다.

  건강하게 태어났던 비정상적으로 태어났던 간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부자로 태어났던 아니던, 똑똑하던 아니던 간에 모두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그 선물 내용이 자기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는 모두 우리의 좁은 소견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선물이라는 자체에 보다 큰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모두 그 선물을 주신 분에게 갚아야할 빚이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을 빚이라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쌓을 보물이라고 부르십니다. 빚이라면 의무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것은 빚입니다. 빚은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것이며, 갚아도 생색내서는 안 되는 것이 빚입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그것을 영광스럽게도 보물이라 불러 주십니다.


  이제 우리는 그 보물을 어디에 쌓아야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 보물은 당연히 아버지께 갚아야할 빚임을 고백하여야 하겠습니다.

 

 

 



    제3악장 R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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