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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25 조회수1,364 추천수20 반대(0) 신고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황 미숙 소피아 글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24-34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31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32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33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34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내 현실이 곤고(困苦)했을 때, 나는 오늘 복음을 열심히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했지만, 한편 비현실적이고도 어렵게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어쩌면, 오늘 복음을 통해 은연중에 내 현실을 합리화시키고, 그냥 주님께 기대고만 싶었던 심리가 작용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위엔 늘 하늘나라에 대한 말씀 잔치가 풍요롭게 넘쳐 나고 있었지만, 내 현실은 여전히 배고프고 목마르기만 했었다.

 

 

신앙과 현실의 괴리를 그때만큼 절실히 체험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내 적성에 죽어도 맞지 않는 학원 강사를 무려 삼 개월씩이나 버티어 냈지만, 돌아온 건 착해 보이는 학원장이 낸 학원 부도 소식과 기십 만원밖에 안 된 월급이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심란하고 걱정이 될 때마다, 이 복음을 펼쳐 읽으며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마치 내일 해가 뜨면 내 회색빛 현실이 빨·노·초록색상의 찬란한 색상이라도 될 것처럼, 이 성구에 빨강·노랑·초록색 형광 펜으로 찬란한 색칠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다음 날 태양의 색상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ㅎㅎ

 

 

흙으로 빚어진 인간이기에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라는 우리 인생에 참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혼자 도(道) 닦고 굶어 죽어 가면서, 꿈나라·달나라·별나라·천상 이야기만 할 수 없으니까…*^^*

 

 

여전히 오늘 복음은 내게 어렵게 다가오지만 이렇게 묵상해 본다.

 

 

현실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고 목마를지라도, 세상과 자신의 암담한 현실에 대하여 비굴해지지 마라! 너의 자존심과 양심에 상처를 입혀 가며, 먹을 것· 마실 것·입을 것을 비굴하게 구하지 마라!

 

 

육(肉)으로 된 인간이기에 본능적으로 먹고 마시고 입고 싶은 갈망이 있지만, 올바르게 구하라 말씀하신다.

 

 

어떻게 돈을 벌고 살아야 할지 알고 싶은가?
그 길은 성경에 나와 있다!

 

 

조금 손해를 보고 배가 덜 차더라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외의 방법과 길을 택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義)로움을 구하라는 말씀이, 암울한 현실과 맞지 않는 먼 꿈동산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구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방식대로 구하라고 일러주신다.

 

 

남이 부동산 투기하고 사행 산업으로 돈을 번다고 현혹되지 말고, 하늘나라 방식에 맞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새들과 꽃들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간다.

 

 

자연의 순리란
남을 속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앞서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과식해서 병이 나고 죽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나는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즐겨 보는데 동물들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먹고 꼭 필요한 먹이만 구한다

 

 

포만감이 채워지면 대자연의 품속에서 아늑한 휴식을 취하는 순둥이 호랭이 아저씨·아줌마, 뽀글이 사자 아저씨·아줌마로 돌아간다.

 

 

올여름은 유독 더운데, 아우스피츠 수용소(*^^*)로 보내어질 견(犬)공들의 슬픈 운명이 미리 그려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탐과 몸보신을 위해서라면 눈에 쌍불을 켜고, 씨가 마를 정도로 별의별 희귀 파충류와 혐오식품까지 먹어 치워서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기도 한다.

 

 

적당히 먹고 알맞게 살다,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모습으로 죽기가 참 어려운 일인 가보다.

 

 

나는 유아기 때, 침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흘려 엄마가 민간요법으로 지렁이를 삶아 그 물을 먹였다고 하는데 효험은 없었다고 한다…ㅎㅎ

 

 

새들과 꽃, 동물들처럼 꼭 먹을 만큼만 구하고 먹을 만큼만 먹자.

 

 

주님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루치 만나만 내려 주시고,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들였다. 현대인처럼 내일에 대한 예비 걱정으로 아침까지 남겨 둔 만나는 썩어서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를 피웠다. <탈출기 16장 참조>

 

 

오늘 하루를 위해 저마다 먹을 만큼만 거두어들이라는 말씀은, 본능적인 먹고 마시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 많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나머지 시간은 당신이 창조해 주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즐기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알맞게 먹이를 먹은 배부른 사자 가족이 대초원 위에서 행복하게 뒹구는 것처럼…
 

 

사람들 위(胃)만큼 먹고 먹어도 허기가 지지 않는 밑 빠진 항아리가 없다. 적당히 알맞게 먹고 마시고 입고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하늘·바람·나무·새·꽃들도 바라보며, 창조주 하느님과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시간을 가지자.

 

 

생의 우선순위를 지상적인 가치관에 두지 말고,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라고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먹고 입고 마시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 영적인 세계를 상실해 버리지 않아야 한다.

 

 

적당히 먹고 알맞게 살다,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모습으로 죽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명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Still Life, Annie Has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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