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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7일 야곱의 우물- 마태 7, 15-20 묵상/ 아직도 배고픈 사람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27 조회수710 추천수8 반대(0) 신고

아직도 배고픈 사람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든 이리들이다.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진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마태 7,15-­20)

◆열매로 그 나무의 좋고 나쁨을 가리라는 주님의 말씀은 때로 곡해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로 열매의 질이 아니라 양을 채우는 것으로 자기가 심은 나무의 건강함을 판정받으려 한다. 지난 산업화 시절에 한국 사회가 이룩한 빛나는 성장 이면에는 바로 이런 양적 성과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만의 문제일까?

 

한국의 종교계 전반에도 이런 경향이 노골화되어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단일 교회를 자랑하고 한국 사회 최고의 신자 수를 자랑하고 동양 최대의 중창 불사를 자랑하는 것 이면에는 다 이런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종교마다 대대적인 선교와 포교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의 2005년 인구 센서스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개신교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천주교 인구의 급속한 성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통계 결과를 놓고 개신교에서는 대단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세월 동안 개신교가 선교에 쏟아부은 그 엄청난 노력과 헌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신교는 자기보다 백년 앞서 이 땅에 들어온 천주교보다 훨씬 압도적인 신자 수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신교의 이런 성장세는 퍽 감동적인 것이어서 천주교나 불교도 이를 모델로 삼아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의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 개신교의 성장주의 모델은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한국의 종교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예측이나 기대는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결국 이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 역시 결국은 동일한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의 본질, 자신들의 원천을 떠난 종교가 아무리 화려한 외피로 이를 포장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얼마 가지 않아 그들한테서 ‘게걸든 이리들’만 보게 될 것이다.

엄재중(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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