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신심이 약한 사람은 가끔 하느님께 좀더 강한 신앙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렇지만 아직 그분께서는 이에 대한 소원을 채워주지 않으신다. 이러다 보니 어떤 때는 나야말로 그냥 말로만 신자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럭저럭 살다 보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 외에 내가 과연 믿지 않는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나는 왜 반석처럼 강한 그런 신앙을 갖지 못할까? 난 왜 성령 체험했다는 분들처럼 그렇게 강렬한 내면 체험을 하지 못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오늘 주님은 당신더러 ‘주님, 주님!’ 한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말로만 ‘주님, 주님!’ 한다고 하늘나라에 가길 바라겠나? 주님은 심지어 당신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구마를 하고 기적을 행해도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지 않으면 나중에 절대로 아는 체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신앙이란 감성적이거나 심리적인 어떤 상태 이상이라는 것,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주님께 대한 신앙과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것은 결국 동일한 것이다. 신앙이 있다고 하면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면서 그분께 대한 신앙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신앙을 깊게 하는 방법! 그것은 먼저 성경 안에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고, 그분의 뜻을 오늘 내 삶 안에서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실천 없이 오직 내 신심이 약한 것만 한탄하는 것은 물가에 가서 숭늉 찾는 것과 같다. 실천은 신앙을 깊게 하고, 신앙은 다시 실천을 촉진한다.
엄재중(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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