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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30 조회수978 추천수8 반대(0) 신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가거라.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졌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마태 8,5-17)



  참으로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픔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태어나면서 정상인이 아닌 사람들이 겪는 고통입니다. 어쩌면 그들 자신도 그 통증을 강렬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은 으레 아프려니 생각합니다. 통증이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누구나 자기들처럼 살아가는 줄 알고 있습니다.


  정상인들에게는 병이나 사고로 아픔이 생겨나야 비로소 혹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아플까하고 돌아보게 됩니다. 그동안 건강한 삶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살아오다가 막상 어려움이 닥쳐오니 주변을 살펴보는 지혜가 생긴 것입니다. 그동안 아픔에 힘겨워하던 사람들을 잊고 지낸 것 깨달으라고 내게도 이 고통이 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아픔이 사라지게 되면 더 열심히 살아 보리라하고 결심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싸움으로 거칠어진 군인이었으며,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도 뜨거운 피가 통하는 한 인간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종이지만 누군가 아파한다는 사실에 자신도 똑같이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연민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풍병에 걸려 고생하는 종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자기 체면보다 그를 낫게 하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군인이라면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생활 속에 잔뼈가 굵었을 텐데 그는 그 한계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막상 여느 사람 같았으면 동정심을 베풀기는 했어도 자기 체면까지 잊고 그런 행동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예수님께서 얼마나 존귀하신 분인지 평소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와는 비교도 안 되게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랬기에 호칭도 랍비가 아니라 주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어느 정도 직위에 오른 사람들 특히 힘깨나 쥐고 있다는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들먹거리기 십상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분이기에 보잘것없는 자기 집 지붕아래 모실 자격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한 말씀만으로도 종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정말 찾아보기 힘든 믿음입니다.


  직접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님의 능력이 통할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한 믿음의 자세입니다. 그 확고하고 겸손하며 동정심 넘치는 믿음을 본받기 위해 우리는 매 미사에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거룩한 미사를 거행하면서 성체를 영하기 전에 염송하는 고백이 바로 백인대장이 말했던 대로입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감실 안에서 밀떡의 형상을 빌어 계시는 성체를 주님으로 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늘 가까이 다가와 듣기를 기다리시는 성체 앞에 무릎을 꿇을 줄 알아야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신앙이 자라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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