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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全知는 몰래카메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01 조회수750 추천수13 반대(0) 신고

 
 

 

예전에 어떤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캄캄한 성당 안에 모아놓고 음악을 틀어주면서

뒤에서는 회개를 촉구하는 멘트가 시작되었다.

 

순수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현실적으로 너무 큰 어려움에 짓눌려있던 터에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이런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가득해서였을까?

 

아무튼 강제적으로 회개를 유발시키려는 것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고개를 들고

그 때문인지 나는 그때 회개는커녕 마음가득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全知!

머리카락 수까지 알고 계시다는 전지.

 

어쨋든 어둠 속의 목소리는 내 과거와 현재의 행실을 다 알고 있다는 하느님을 앞에 내세웠다 .

"그 모습을 당신의 가족, 남편과 아내,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다 보아도 좋은가?"

"그래도 떳떳할 수 있는가?" 하고 묻자,

그때까지 조용하던 성당 안에서 훌쩍훌쩍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급기야 엉엉 우는 소리가 어둠을 뒤덮었다.

 

전지하신 하느님은 과연 그런 의미인가?

내 일거수일투족, 바늘구멍 하나 빠져 나갈 틈도 없이 모두 아시는.

아니, 내 행동 뿐이 아니라 내 생각의 은밀하고 음험한 생각까지도 몽땅 알고계시는.

 

그분의 몰래카메라는 내 집, 내 옷 속, 내 이불 속 뿐만이 아니라

내 심장과 뇌수에까지 샅샅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분의 손바닥, 아니 눈동자 안에서 전혀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의미?

 

무서운 하느님이다.

만일 하느님이 그런 분이시라면, 나는 그 하느님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바둥대는

한마리 곤충과 같은 신세일 것이다.

도처에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바둥대는 나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하느님.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안다."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할지 다 안다."

 

나는 그런 무서운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런 차가운 하느님을 믿을 수 없다.

 

 

만.일.그.렇.지. 않.다.면.

 

"전지하신 하느님"이란 무슨 말일까?

그분이 나를 알고계시고 보고계신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분이 나를 보신다는 말은 그분이 나를 '굽어보신다'는 의미이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낮추고, 나에게 가까이 오셔, 나를 '살펴보신다'는 말이다.

굽어보신다는 말은 사랑이 전제되어 있는 말이다.

살펴보신다는 말은 보살핌이 전제되어 있는 말이다.

 

자식이 부모를 굽어볼 수 없고, 부모가 자식을 굽어볼 수 있듯이.

굽어본다는 것은 크신 분이 작은 이를 애정으로 지켜보는 것을 말한다.

무게와 크기가 똑같은 사람들끼리의 시선,

그것을 하느님께 똑같이 적용시킬 수 없다.

 

결국 하느님이 우리를 보신다든지, 아신다든지 하는 것은,

냉정한 시선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두고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걱정하며 굽어보는 것이다.

잘못되지 않을까 근심하며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행여 잘못되어도, 나쁜 짓을 해도,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혹시 착하고 바른 행동을 한다면 나보다 더 기뻐 뛰는 것이다.

 

 

무한하게 크신 하느님의 시선이 우리의 전부를 아신다는 전지의 의미는

부분적인 인간의 시선과 같지않고 전체를 보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당장 오늘만을, 그 자리만을 보지 않고,

그에게 다가올 내일을, 그 무궁한 잠재력까지 보신다는 말이다.
 
우리의 과거, 현재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까지를 보신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인간도 다 볼 수 있는 현재를 더 주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 미래의 가능성을 더 예의 주시하신다는 것이다.

가능성이란 우리의 자유 선택에 따라 여러 결과로 실현될 수 있어서

우리가 당신을 닮아 선을 선택하는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매기고 지켜보시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서두르지 않으신다.

그래서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것이 급하지 않으시다.

언제라도 그분은 심판의 능력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그분은 바로 잡을 능력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그분이 우리와 이 세상 전체를 항상 내려다보고 계시고,

그분이 우리와 세상의 모든 숨겨진 것까지 낱낱이 알고 계신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와 이 세상을 전체적으로 늘 '굽어보시며 보살피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지하신 하느님께

우리의 잘못과 실수까지도 모두 감춤없이 드러내보일 수 있으며

그분의 인도와 선처를 바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굽어보시는 전지하신 하느님께

언제나 주저함없이 나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내어보이고

치유와 용서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전지'의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다.

 


 



Arabesque No. 1 in E major
Jean Yves Thibaudet,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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