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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의 손길이 내 영혼을 스칠 때!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02 조회수1,033 추천수17 반대(0) 신고

 

『열병에 대한 묵상』
황 미숙 소피아 글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4-15

 

14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집으로 가셨을 때, 그의 장모가 열병으로 드러누워 있는 것을 보셨다. 15 예수님께서 당신 손을 그 부인의 손에 대시니 열이 가셨다. 그래서 부인은 일어나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열병에 대한 의학적인 규정은 정상적인 체온 36.4도에서 37.2도를 넘어선 37.5도 이상의 체온이 계속되는 열(熱)을 동반한 모든 질환이라고 한다. 또 근육통, 두통, 식욕부진과 오한을 동반해 흔히 감기 몸살로 오인되기도 한다고 한다.

 

베드로의 장모가 앓았던 열병을 떠올리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있다는 특이한 화병이 생각난다.

 

열병과 화병에 대한 의학적인 차원은 다르겠지만, 베드로의 장모가 덜컥 자리에 눕게 된 여러 원인 중엔, 딸내미 시집을 잘 못 보내 잘난(?) 사위 땜시롱~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은 화병이 들지 않았을까 한다.*^^* 귀한 딸을 주었더니, 사위라는 사람이 통~ 처자식 생각은 오간 데 없고, 웬 새파란 총각 예언자만 졸 졸 따라다니며, 하고많은 날 딸내미 독수공방에 생활비도 안 벌어다 주니 어찌 화병이 나지 않겠는가? 

 

우리 할머니도 화병 그 자체라고 하실 만큼 가슴에 까맣게 재가 되어버린 슬픈 사연들을 안고 사셨었다. 화병을 잠재우시려고 무당 굿에서부터 불교, 개신교를 두루 거쳐 결국 천주교 품 안으로 들어오셔서야 그 화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셨다. 비록 가슴에 숯이 된 자국들은 여전히 남아있으셨겠지만…

 

우리 할머니 시대엔 일제 침략과 6·25 전쟁, 기아와 빈곤, 병고와 죽음이 일상의 삶에 너무도 깊숙이 드리워져, 대부분 본인의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적인 상처와 고통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고모들이 왜 학교 공부를 많이 시켜 주지 않느냐고 할머니를 원망하기엔, 당장 끼니를 이어야 할 냉혹한 현실들이 더 시급했었다고 한다.

 

결국, 할머니는 자신의 화병을 주님의 십자가에 못질하고서야 예수님 시중을 들기 시작하셨고, 그 덕분에 나도 천주교 신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화병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열병을 앓았던 적이 많이 있었다. 종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랑의 열병·젊음의 열병·고독의 열병·쇼핑의 열병·물질의 열병 등 수십 가지도 넘는 각양각색의 열병으로 열(熱)받는(*^^*) 나날들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는데, 감기로 한 번도 앓아누워본 적이 없는 사람과는 친구 하고픈 맘이 없다고 한 글이 기억난다. 누구든 감기나 열병 혹은 화병을 앓아 본 기억들이 있으리라.

 

감기 몸살로 며칠을 앓고 나서 약간 해쓱해진 얼굴로 원기를 회복해 갈 때면, 꼭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 고열로 끙끙 앓고 일어나, 잃었던 식욕을 서서히 되찾아 가며 원기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 잠시 숨 가쁜 일상으로부터의 물러남이나 쉼이 되기도 한다.

 

어릴 적 고열로 아파할 때, 머리 위에 얹어지는 엄마의 듬직한 손은, 열을 가라앉게 해 주는 냉찜질이었고 안심시켜 주는 마마 약손이었다.

 

내 열병의 특효약은 역시 예수님의 손길이셨다. 그분의 손길이 내 영혼을 터치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나는 지금도 열에 들뜬 더운 여자, 열(熱)여인으로 살고 있으리라. 뜨거운 성령의 열 바람이 아닌, 이상한 열 바람이 든 열 여인으로…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려 한다. 아~아…ㅎㅎ!

 

열병은 잦아들었다 또 찾아오곤 한다.
다른 색상, 다른 모양으로.

 

나는 지금, 현실에 대한 욕구열병과 주님을 갈구하는 사랑열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욕심도 참 많네.*^^*

 

베드로의 장모는 열병이 낫자 곧바로 예수님을 시중들기 시작한다. 단지 주님께서 열병을 고쳐주셔서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일까?

 

한 가정의 어머니가 열병으로 한동안 드러누워 있었다는 건, 가정과 가사일 등의 공백 기간을 의미할 텐데,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가사일보다 예수님의 시중을 먼저 들고 있다.

 

힘없이 늘어뜨린 앙상한 그녀의 손에 예수님의 손길이 닿는 순간, 수천 볼트의 고압전기에 감전되듯 예수님께 온전히 감전되었기 때문이리라.

 

주님, 저도 당신으로부터 발산되는 수천 볼트 성령전기에 온전히 감전되고 싶어요!

 

나는 베드로 장모의 모습에서, 예수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소명을 받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도 엿보게 된다. 이제 그녀는 한 가정의 어머니로만 머물지 않고 예수님의 도우미로 변신하게 된다.

 

그분의 손길이 내 영혼을 스칠 때, 나도 미몽(迷夢)의 열병에서 깨어나 그분의 벗이 되리라. 아멘…!

 

Late night serenade, Tol & 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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