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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삶"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02 조회수576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7.2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창세18,16-33 마태8,18-22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삶"
 


오랜 만에 수도원을 찾은
초등학교 친구가 던진 한마디 말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수도원에 살았어도 늙었네!”

아마 친구가 생각하기론
독신으로 세상 걱정 없이 수도원에서 기도하며 살면
늙지도 않고 뭔가 다를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듯합니다.
 
며칠 전 어느 분과의 대화도 생각납니다.

“오랜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며 살다보니 재미가 없어요.
  벗어나고 싶어요.”

누구나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단조로운 반복의 삶에
일탈의 꿈을 꾸는 것, 수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찌 보면 사치스러운 감상일수도 있습니다.

“수도원 생활도 똑같아요.
  재미없는 삶입니다.
  심심한 맛, 평범한 맛, 하느님 맛으로 살아갑니다.”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희망 없어 보이는 역경의 삶도
운명으로 받아들여 그 운명을 사랑하면서
꼭 부둥켜안고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대하면
경외감까지 갖게 됩니다.
 
요즘 부쩍 수도생활도
별 것 아닌 평범한 생활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대로 환상이 걷힌 인간 현실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라는 말도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결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입니다.

그러나 평범(平凡) 속에 비범(非凡)입니다.

평범 속에서 비범을 살게 하는 것,
세상의 빛으로 살게 하는 것,
기도요 하느님 비전입니다.
 
수도자들이 그냥 세상처럼 살아 세속화되면
존재이유의 상실입니다.
 
그렇다하여 세상과 단절되어
속(俗)과 분리된 성(聖)만을 추구한다면
이 또한 비현실적 환상 속의 삶입니다.

세상과 하나 되어서도 안 되고
세상과 둘로 단절되어서도 안 되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모순적 삶을 살아갈 때
자연스레 뒤따르는 긴장과 갈등입니다.
 
그러나 불일불이의 삶일 때
비로소 ‘세상의 빛’으로서의 삶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에게도
대로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이래서 밥 먹듯이 말씀 먹어야 하고,
숨 쉬듯이 기도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해서, 세상의 빛으로 살기위해서입니다.
세상 한 복판에 살았던 아브라함의 삶은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였는지요!
 
늘 그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셨고 기도가 있었습니다.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기랴?
  아브라함은 반드시 크고 강한 민족이 되고,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비단 아브라함뿐 아니라
기도 공동체인 우리 요셉수도원을 통하여도
많은 이들이 축복을 받습니다.
 
자신을 인정해주신 주님에 힘입어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을 막아보려
집요하게 묻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참 눈물겹습니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사람은 많은 데
의인 열 명이 없어 파멸된 소돔과 고모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제자가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고
주님을 따르겠다고 하자 주님은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하느님 비전의 상실에서 오는 삶의 무의미요 혼란입니다.
 
어디서 살든
우리의 비전이자 희망인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를 때
세상의 빛으로서 불일불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매일 바치는 이 거룩한 미사와 성무일도의 은총이
우리를 성화시켜 세상의 빛으로 살게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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