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상인의 아들 프란치스코 . . . .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02 조회수789 추천수13 반대(0) 신고

 

 
 

젊은 시절,

프란치스꼬는 아버지의 상점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상점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어떤 것이나 다 질이 좋은

아름다운 것 뿐이어서 그것이 그를 기쁘게 했다.

 

또 상점을 찾아오는 마을의 젊은 아가씨들이나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더할 나위없는 즐거움이었다.

프란치스꼬가

이 자주색 비단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아름다운 모습이 한층 더 매혹적으로 보입니다따위의 말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으면

손님은 기쁨에 넘쳐서 볼을 발갛게 붉히곤 하는데

그런 것을 보는 것이 더 없이 즐거웠다.

 

어떤 때는 익살스럽게 베니스제 타마스코직() 옷감을 어깨에 걸치고

마을에서 한다 하는 유명한 사람들의 흉내를 내며

상점 안을 걸어 보이곤 하면

젊은 아가씨들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더욱 프란치스꼬를 좋아했다.

 

물론 프란치스꼬는

아버지의 상점이 날로 번창하는 커다란 원인 중의 하나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을의 젊은 아가씨들이 이 상점을 찾아오는 것은

아름다운 옷감을 고르기 위한 것에 틀림없으나

한편으로는 프란치스꼬를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는 찾아오는 손님 한사람 한사람을 마치 자기의 단 하나의

연인을 대하듯이 그렇게 다루었기 때문에

어느 아가씨도 상점을 나갈 때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고

상점의 매상도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상점 출입구에서 수염을 꼬아 올리면서 웃음섞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베드로네 상점 옷감의 매상고는 늘어갔지만

아씨시 마을의 상류가정 아가씨들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가씨들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프란치스꼬가 자기 것(애인)

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프란치스꼬와의 사이가 진전되고 있는가

어떤가 조차 짐작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그럴 수 없이 세련되어 있었고,

벗어나기 어려운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빛나는 검은 눈동자는 어떤 사람이라도 밝은

기분으로 바꾸어놓고야 만다.

이 젊은이의 유창한 말은 아가씨들에게 귀를 기울여 자신의

행운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유혹을 일으켰고

그것을 끊어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프란치스꼬는 뚱뚱한 부잣집 마님을 상대하기에 아주 열중해 있는데

한 거지가 상점 안으로 들어와서는 버릇없는 태도로

두 사람의 말을 중단시키고 동냥을 했다.

 

그 무례한 태도와 더러운 옷차림에 화가 난 프란치스꼬는

무뚝뚝하게 동냥을 거절해버리고는 곧 손님 쪽으로 돌아섰다.

거지는 평소 인심좋기로 소문이 나 있는 프란치스꼬에게

뜻밖의 쌀쌀한 대접을 받은 데 크게 분개해서

입에 담기도 더러운 욕을 퍼부으며 상점 문을 나서자마자

길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그 동안에도 프란치스꼬는 부자집 마님에게

그 새로 나온 프랑스제 비단으로 옷을 해 입으면

지금보다 10파운드는 더 날씬해 보일 것입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주 공허해져 있었다.

거지를 그렇게 무뚝뚝하게 쫓아 보낸 일이 몹시 후회스러웠다.

 

프란치스꼬의 우울해진 기색을 본 손님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프란치스꼬는

", 사실은 조금 기분 나쁜 일이 생각났습니다. 실례합니다, 부인."

하고는 번개같이 상점을 뛰어나갔다.

 

혼자 남은 손님이 프랑스제 비단 옷감을 든 채

어이없어 멍청히 서 있는 것을 본 아버지가 안채에서 뛰어나와

어떻게 해서든 그 자리를 얼버무리려고 진땀을 뺐다.

 

몇 년이 지난 뒤 프란치스꼬는 레오에게

이 사건을 들려주고 난 뒤 이렇게 말했다.

"레오, 그날 나는 나 자신의 작음을 통감했다네.

만약 그 거지가 어느 궁정으로부터 온 사자로서 헌금을 요구했다면

나는 필시 손님 상대를 잠시 중지하고 깍듯이 예의를 차리며

헌금을 했겠지.

그러나 그때 나는 귀중한 손님과의 흥정을

그 거지 때문에 방해를 받는 데 화가 났던 것일세.

헌데...

거지가 나가고 난 후에 어떤 말이 내 귀에 계속 울려오고 있는 걸세.

동냥을 구걸할 때 그 거지가 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라는 말이었지.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내 인심좋은 것이 사람들에게 칭찬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네.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기쁘게 동냥을 주는 내가

하느님에의 사랑을 위해서는

귀중한 손님과의 흥정을 끝날 때까지 지연시켜도

조금도 마음의 아픔을 느끼지 않은 것이야.

 

그 일은 하느님으로부터의 빛으로서 계시처럼,

공현(公現)처럼 내 마음을 비추었네.

그 빛은 마음속 깊이까지 스며들어 마음이 뒤숭숭해져

마침내 그 자리에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네!

 

그래서 나는 상점을 뛰쳐 나와 아직도 불쾌한 기색으로 가고 있는

거지에게로 달려가서 두 손에 넘칠 정도의 돈을 떨리는 그 손에

쥐어주었네.

그때 거지의 표정을 난 잊을 수가 없네.

그때야 비로소 나는 하느님과 맺어져 있는 자의 자유를 맛볼 수

있었네."

 

누구보다도 프란치스꼬를 잘 이해하는 레오는 이 말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프란치스꼬가 가난한 그리스도에 대해서 설교하는 것을 들을 때에도

레오는 그와 똑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교회를 나서자 그 길로

몇 년 동안이나 곁에 다가가는 것조차 피해 오던 거지가 앉아 있는

마을 어귀에 가서 가지고 있던 돈을 전부 주었습니다.

그 순간 예수님은 내 마음을 꽉 붙잡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예수님과 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님은 당신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서로 비추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언제까지나 이어질 우정이 시작된다.

지금 이제... 죽음의 마당에 있는 프란치스꼬는

레오가 곁에 있어준다는 생각에 무엇보다도 큰 위안을 느끼고 있었다.

 

레오가 같이 괴로워해주는 것이다.

레오는 그 사랑에 의해서 고통의 절반을 떠맡아주는 것이다.

프란치스꼬는 고개를 돌려 단단한 레오의 모습을 보았다.

그 늠름하고 위풍이 당당한 사내가 지금 젊은 형제들 앞에서

주저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프란치스꼬는

항상 자기가 우는 데 대해서 불평을 하던 형제가

지금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약간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레오는 울고 있을 때에도 강하고 남자답다고 느꼈다.


                                     
                              -  머레이 버도 신부의 [프란치스코의 여행과 꿈] 중에서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