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힘센 사람이 내가 가는 길을 날마다 막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복음에서처럼 ‘그들이 너무나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라고 할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사나워지는 경험을 해보았는가, 아니면 어떤 행위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내 몸에서 돌출되는 경험이 있었는가? 이것이 바로 위대한 사도 바오로가 한 근본적인 악의 체험이다.
“사실 내 안에, 곧 내 육안에 선이 자리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잡은 죄입니다.”(로마 7,18-20)
자신의 힘으로 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사나운 자와 겨루어 이길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한테서 오신 거룩하신 분, 한 분뿐이시다. 그 사나운 자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저희를 쫓아내시려거든 저 돼지 떼 속으로나 들여보내 주십시오.” 예수께서 “가라.” 하시자 그들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 죽고 말았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마을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악을 추방하시는 예수님을 반기기보다는 자기들 고장에서 떠나 달라고 청한다. 그들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적당히 악과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김순중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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