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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숨어 계시는 아버지 / 최시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06 조회수934 추천수8 반대(0) 신고
  
  최근 며칠 동안 내가 머물고 있는 집 근처 밭둑에 열린 산딸기와 오디를 따러 다녔다. 얼마나 풍성하게 열려 있던지… 이곳에 있는 사람가운데 아무도 이 열매를 내기 위해서 수고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풍성하고 탐스런 모습으로 아낌없이 널려있었다. 물론 우리 인간의 손길이 가야만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는 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4일  동안 열매들을 따러 다니다 보니 인간의 손길로 맺어진 결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수고하지 않아도 이렇게 가꾸고 돌보고 열매 맺게 하신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들에 맺힌 열매들뿐이겠는가. 우리 인생여정 곳곳에 이런 열매들 즉 아낌없이 거저 주어진 선물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직 우리가 이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선자들처럼 사람들에게 칭찬받거나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고 조용히 숨어서 이 모든 것을 배려하시는 어떤 분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리라. 


  숨어 계시는 아버지… 바로 그분이시다. 아무 말 없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매순간 그렇게 아낌없이 내어 주시는 분은 바로 숨어 계시는 아버지 그분 외에는 없다.
 
복음의 예수님은 결코 당신이 몸소 먼저 하시지 않은 일이나 당신이 하실 수 없는 일을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다. 예수님은 오직 아버지로부터 보고 들은 것만을 실천하고 말씀하시는 분이시다.
 
자선을 베풀 때에 그리고 기도 할 때나 단식 할 때에도 사람들에게 보이려 하지 말고 숨은 일도 보시는 숨어 계시는 아버지께만 보여드리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다면 (마태 6, 1-6, 16-18 참조) 이 초대는 틀림없이 당신 몸소 먼저 그렇게 살아 오셨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러한 삶이 주는 경이로운 선물 때문이다.
 
그리고 더 근원적으로는 당신께서 그렇게 살아가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런 당신 아버지와 함께 계셨던 분이시며, 이 아버지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셨다.
 
그래서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 뜻을 실천하는 것만을 당신 양식으로 삼으셨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무엇을 먹을까 혹은 무엇을 마실까 또 여러분의 몸을 위해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겠는가.(마태 6, 25-34 참조)
 

  예수님은 무엇보다 먼저 아버지의 뜻을 선택하기 위하여 당신 자신의 뜻을 내려놓으셨다. 이런 아버지를 보셨고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이런 아버지를 깊게 관상하셨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가능하였다.
 
아버지의 뜻을 선택하는 것과 당신 자신의 뜻을 내려놓음은 결국은 하나이다. 내가 아직 나의 뜻을 내려놓지 못함은 아버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즉 아버지를 깊게 관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를 깊게 만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런 선택은 이루어질 수 없다. 예수님은 이렇게 아주 깊게 기도하는 분이심을 보게 된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숨어 계시는 그분을 알아 뵈올 수도 없었을 것이며, 이런 아버지에게 전폭적으로 당신을 내어 맡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분의 살아있는 모범이시다. 그리고 우리도 당신처럼 기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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