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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지막 강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11 조회수1,142 추천수10 반대(0) 신고
  
                     < 미국의 코닝 박물관의 유리로 만든 현대 조각품>
 
 
마지막 강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류해욱 신부입니다. 제가 그동안 강론이나 단상을 써서 이곳저곳, 여러 홈이나 카페에 올렸었지요. 오늘 이곳 '예수회'에 마지막으로 글 올리면서 감사 인사드리고 앞으로 제가 운영하는 ‘홍천 영혼의 쉼터’라는 새 카페에도 자주 오시라고 초대합니다.
 
저는 5월 1일부로 예수회에서 ‘홍천 영혼의 쉼터 준비’라는 소임을 받았습니다. 예수회에서 영혼이 지치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소임이지요.

  어느 은인께서 예수회에 ‘영혼의 쉼터’를 위한 부지로 홍천군 서석면 청량리에 있는 아주 풍광이 좋은 땅을 구입하여 기증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예수회로부터 소임을 받은 제가 그곳에 ‘영혼의 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후원회를 결성하여 모금을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 ‘영혼의 쉼터’는 단순히 건물이 있는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영혼의 쉼터’를 준비하면서 저는 먼저 이 카페를 통해 ‘영혼의 쉼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영혼이 지치고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모두 환영합니다. 물론 나눔을 통해 영혼이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자 하는 분들도 환영하고 미리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 카페가 하느님 안에서 서로의 희노애락을 나눔으로서 위로와 새로운 힘을 받는 장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꾸준히 강론, 단상, 시, 번역, 사진 등을 올리겠으니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카페의 주소는
http://cafe.daum.net/Retreat 입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강론 대신, 11년 반 전에 썼던 글을 나눕니다.


  3년 반 만에 다시 못 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보스톤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갈아타는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연착이 되었다. 기계 고장이라고 한다. 무려 9시간 만에 뜬 비행기는 다시 폭풍 때문에 착륙을 하지 못하고 두어 시간 하늘을 선회하다가 가까스로 보스톤에 내렸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폭풍은 많이 가라앉았다고 하는데도 겨울비가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아, 여기 다시 돌아왔구나, 비가 나를 마중하고 있구나.”
  악천후에다가 지칠 대로 지친 몸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만에 이곳 보스톤에 돌아온 것이 감회가 새로웠고 가벼운 흥분마저 일었다. 전에 이곳을 떠날 즈음은 몹시도 고국이 그리웠고 돌아가고 싶은 향수에 젖어 매일 귀거래사를 읊었었다. 

  시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뒤척이다가 아침이 되자 여장도 풀지 않은 채 먼저 찰스 강으로 달려갔다. 찰스 강은 보스톤과 캠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그리 크지 않은 아름다운 강이다.
 
바다가 가까워 갈매기가 강을 거슬러 찾아든다. 얼어붙어 있을 줄로 예상했던 강은 아침 햇살에 비친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물새들이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유희를 즐기고 있고, 강 뒤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흰가지를 하늘로 올리고 춤추듯 가볍게 떨고 있었다.
 
강물에 두 손을 담구니 물컹 이곳 캠브리지가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고국에서 바쁘게 지내다보니 거의 잊고 살았지만, 강물에 손을 담구니 이곳 캠브리지가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또한 강물이며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전에 5년 동안 이곳 캠브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했었다. 공부를 하다가 힘이 들거나 고국이 그리울 때면, 자주 이곳 찰스 강으로 나왔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향수에 젖기도 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었다.
 
강가에 앉아 “어머니”로부터 시작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고 그 이름들을 강물에 띄워 보내는 놀이(?)를 즐겨했었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는 하나로 이어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3년 반전에 그렇게 그리던 고국에 돌아갔었고, 그 사이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고, 이제 다시 이곳 이국땅에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다시 흐르는 찰스 강의 물결을 바라보니 이제는 이곳이 낯선 이국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난 곳만은 아니다. 거기 추억이 있는 곳이면, 거기 그리움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고향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가 그리워해야 하는 고향은 주님이 우리를 기다리는 곳, 그리고 나의 어머니가 돌아간 그곳이리라. 공산 루마니아에서 14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리챠드 범브란트라는 목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산 디에고 동물원에 있는 알라스카의 새는 언제나 북쪽을 향해 앉아 있다. 우리도 우리의 진짜 고향인 하늘나라를 바라보아야 한다.”
  강가에 산책을 나왔던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지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정말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느냐는 듯 맑게 갠 아침이었다. 폭풍이 걷히고 눈부신 아침이 찾아오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리라. 때로 지금의 삶이 고달프다고 느껴진다 하더라도 알라스카의 새가 북쪽을 바라보듯 우리도 하늘나라를 바라보면서 힘차게 살아가야 하리라.
 
 
                     <예수회 홈페이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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