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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77) 왜 데려갔는가 / 김연준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16 조회수2,136 추천수16 반대(0) 신고
 
 
 
7월 셋째주 연중 제15주일
"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5-37)
 
 
 
                    왜 데려갔는가
 
                                                 글쓴이 : 김연준 신부(미국 어학연수)
 
 
사제서품을 받은 지 6개월도 채 안되었을 때였다.
어떤 자매님이 얼굴이 빨개져서 뛰어오더니
"신부님, 올케가 암에 걸려 3일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하는 것이다.
병자성사 준비를 해서 급히 병원으로 갔다.
아픈 자매님은 34살, 자식이 두 명이나 있었다.
겁이 났다.
 
"자매님 고해성사 봅시다." 하고는
"예수님 만날 준비를 합시다." 했다.
그리고 병자성사에 임하면서 주님에게 낫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3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 병원에 전화했더니 그 자매님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와, 치유라는 것이 정말 있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매달 봉성체를 갈 때마다 신부인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 나았다고 퇴원을 했던 자매님의 증상이 다시 악화되었고 몰핀을 맞아야 할 정도로 고통도 심해졌다.
 
어느 날 자매님이 뜬금없이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것이 저의 병입니다." 했다. 의아해했더니
 
"저는 이 병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내 남편, 내 자식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았을
 거예요. 얼마나 비참한 인생입니까? 병을 앓고 나서 비로소 이웃을 보기 시작했어요. 제
 가 아플 때 많은 사람이 찾아와주고 기도해주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사랑
 을 깨닫게 된 것은 오로지 이 병 때문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픈 중에도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어느 날 병원에 갔더니 오늘 와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반기는 그 자매님의 얼굴이 천사처럼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이 자매님 치유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자매님 오늘 좋은 소식 있으시죠?" 했더니
"최고의 소식이에요.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하는 것이다.
 
"아니 누가요?" 하니, 어릴 적 줄곧 고아원에서 살았다는 자매님은 가까운 친척들이 있었지만 한번도 찾아와 주지 않아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날 친척들이 모두 찾아와서 용서를 청하더라는 것이다.
 
자매님은 그들을 부둥켜안고 온종일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온전히 깨끗해진 마음으로 주님을 간절히 모시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주님 바로 이것이었군요! 이 순간을 준비하셨군요!' 하면서 정성을 다해
성체를 영하도록 해주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그 자매님이 임종을 했다는 것이다.
"아니 주님, 다 나았잖아요! 왜 데려가십니까?"
눈물을 참으며 주님께 원망의 기도를 하였다.
그런데 마음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치유가 되었으니 내가 데려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복된 사람은 죽을 때 준비되어 주님을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준비없이 주님을 만나는 사람이다.
 
주님과의 만남!
그 한 가지만 있으면 저주라고 여겼던 것도 축복이 되는 것이다.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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