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신부(수원교구 모산골 천주교회)
◆어느 특정 인물 때문에 공동체 전체가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 고을처럼 구성원 전체가 올바로 살지 못하여 그 고을 이름 자체가 저주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북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코라진’과 베드로·안드레아·필립보의 고향이며 요르단 강이 갈릴래아 호수로 들어오는 입구 동쪽에 있는 ‘벳사이다’, 그리고 갈릴래아 호수 북쪽 어촌으로 시몬 베드로의 집이 있었던 ‘카파르나움’은 호수 주변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세 곳은 갈릴래아 호숫가를 전도의 활동 무대로 사용하셨던 예수님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그만큼 하느님의 말씀이 많이 선포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카파르나움은 예수께서 공생활 중에 주로 거처하시면서 갈릴래아 및 이스라엘 각지를 순회하신 곳이기도 하다. 정리해 보면 이 세 곳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면서 하느님의 축복도 많이 받은 고장이었다. 그런데 늘 하느님의 뜻과는 반대되는 모습으로 살았고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예수님의 종말 심판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티로’와 ‘시돈’ 지방은 현재 레바논 공화국 지중해변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이며 퇴폐로 소문난 곳이고, ‘소돔’은 사해 남쪽에 있었던 전설적인 고을로, 남색을 일삼다가 유황불로 타버린 곳으로 유명하다.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고모라’도 이 고을들과 별 차이 없이 ‘죄’라는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죄악이 만연한 곳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 고을이 티로와 시돈,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불행하다는 평을 받았으니 그들의 행실이 어떠했을지 짐작하려는 것조차 두렵고 떨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고 있으면 그에 대해 감사하며 선행에 힘쓰고 하느님 마음에 들게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배은망덕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듣는 신앙인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낫지 않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축복을 받는 자답게 늘 주님께 마음을 돌리고,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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