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신부(수원교구 모산골 천주교회)
◆예수께서는 하느님아버지를 찾고 간절히 원했던 많은 사람에게 ‘나를 보면 아버지를 보는 것이고, 내가 하는 일이 곧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나를 알면 아버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아버지와 당신의 관계를 정확하게 말씀해 주신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조차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그분을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여 자신들 앞에 계신 하느님을 두고도 저 멀리서 하느님을 찾으려고 했고, 하느님을 바라보면서도 하느님을 뵙게 해 달라고 청했다. 그때 예수님의 심정이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마음을 열면 우리 앞에 계신 하느님을 마주 뵐 수 있을 텐데,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사리 열리는 것은 아닌가 보다.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중학교 졸업 앨범을 봤다. 이곳저곳 펼치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찾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찾았던 아버지 얼굴은 없고 그 안에 내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똑같은 아버지의 중학교 때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하긴 아버지가 나를 닮으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버지를 닮은 것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만`…. 그래서 옛 어른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나 보다. ‘아들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계속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고, 그 아들이 또다시 태어날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전하고 이렇게 아버지는 세상에 당신 모습을 드러내신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예수께 전하신 모든 것이 이제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분의 자녀들인 우리도 그분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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