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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멍에와 짐" --- 2007.7.19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19 조회수764 추천수10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7.19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탈출3,13-20 마태11,28-30

                                                            
 
 
 
"멍에와 짐"
 


독서 중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아무리 가벼운 것도 무거운 법이다.”

어찌 희망뿐이겠습니까?
믿음이 없으면,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가벼운 것도 무겁습니다.
삶 자체가 멍에와 짐입니다.
생노병사(生老病死), 인생고해를 말하는 불가의 진리도
삶은 멍에이자 짐임을 말하는 겁니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세상에 멍에나 짐 아닌 것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수도복도 신분도 육신도 멍에이자 짐입니다.
 
아프고 병들면 멍에이지 짐으로의 육신은 더욱 뚜렷이 부각됩니다.

또 공동체와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인간,
공동체나 관계 역시 멍에이자 짐임을 깨닫습니다.
 
삶의 멍에나 짐에서 벗어나고자,
즉 수도원, 공동체, 규칙, 장상, 형제들의 멍에와 짐을 벗어던지고
헛된 자유를 추구했던 떠돌이 수도승들인 ‘기로바꾸스’,
패거리 수도승들인 ‘사라바이타’ 결국은 대부분 폐인들이 되었습니다.
삶의 멍에나 짐을 벗어던짐은 사람됨의 포기를 뜻합니다.
 
곧장 펼쳐지는 막가파 인생입니다.

책임적 존재가
되어 제 삶의 멍에와 짐을 지고 갈 때 비로소 사람입니다.

삶의 멍에나 짐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것 역시 해결이 아닙니다.
 
갈수록 불편한 멍에와 무거운 짐 늘어나는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하여 많은 이들 가정의 멍에와 짐이 부담스러워 결혼하지 않습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내 십자가와 같은 이 삶의 멍에와 짐을
기꺼이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고맙게도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다음의 처방전을 주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이 처방 하나뿐입니다.

평생을 주님 말씀에 순종의 멍에를 지고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갈 때
기적처럼
우리의 불편한 멍에는 주님의 편한 멍에로,
우리의 무거운 짐은 가벼운 짐으로 바뀝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의 멍에를 지고 살아갈 때
주님을 닮아감으로 증대되는 믿음, 희망, 사랑이
우리 삶의 멍에를 편하게, 우리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합니다.
 
정작 우리를 매고 무겁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기적 자아, 에고(ego)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의 멍에와 짐으로부터 해방시키라는,
참으로 힘든 사명의 멍에와 짐을 모세에게 부여하신 하느님은
당신의 이름을 모세에게 계시해주면서 위안과 힘을 주십니다.

“나는 있는 나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하여라.”

절대적이요 필수적인 존재이신 분,
모든 있는 것들의 원천이 되시는 존재자체,
존재자이신 하느님이라는 말씀,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되는지요!
 
알든 모르든
존재의 원천이신 그분께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는 깨달음이
주님의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얼마 전, 창밖 아득한 산들을 보며 쓴
‘언제나 당신 품안’ 이란 글에 큰 위로를 받은 적 있어 나눕니다.


아득히
멀리서 바라보면

아무리
크고 높아도
하늘 품에 안겨있는
아기 산들 같다

오, 넓고도 깊어라
하늘 품안이여!

언제나
당신 품안
아기 산 되어
살고 싶네.


이처럼 주님 품에 안겨 살고 있다는 자각이
삶의 멍에를 편하게,
삶의 짐을 가볍게 하여
우리를 참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보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피신하는 사람!”(시편3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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