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활이야기] 조용한 이 밤에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21 조회수777 추천수10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가을 같은 밤 날씨는 오늘도 내 맘을 으슬거리게 만들고 있다.
분명 내 몸이건만 내 몸같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마도 나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한다.

요즘들어 더더욱 기운없어 하시는 엄마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니 눈물은 괜시리 흘러내린다.

물질적으로 가난할 뿐만 아니라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나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려온다.

슬픔을 초래하는 현실적인 상황이 가끔 나를 슬프게 한다.
주무시는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대보며 치매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가 숨은
잘 쉬시고 계신지 불안한 마음으로 조마조마 할 때도 있다.

때로는 힘없이 주무시는 엄마의 발을 슬쩍 건드려 보기도한다.
엄마가 움직이시면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온다.

때로는 내가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엄마가 혼자 누워계시는 방에 들어가려면 겁부터 나서 막내 안드레아의 등뒤에 붙어서서 안드레아의 어깨 너머로 엄마의 상태를 지켜보기도 한다.

1초를 우리와 떨어지지 않으시려고 하시던 엄마가 작은 기운마저 없으셔서 요즘은 엄마 혼자서 침대에 누워계시기도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혼자 누워계시니까 편안하기도 했고 고맙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하루이틀 지나면서 편안하고 고맙기는 커녕 불안속에 휩쌓이면서 차라리 엄마가 지겹도록 쫓아다니시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치매로 인해 엉뚱한 소리 하시는 것을 분명 속상해 했으면서도 지금은 어쩌다 제 정신으로 돌아오셔서 내 이름을 부르실 때는 반갑기보다는 두려움으로 내게 다가오니 이게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다.

6남매의 자식을 두셨으면서도 큰 언니를 제외하고는 어느 자식하나 엄마를 찾아뵙지를 않는다.
우리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자식조차도 전화 한 통 걸줄 모르고 엄마를 찾아뵙지를 않는다.

그런 나의 언니 오빠들이 참 많이 미웠다.
내가 막내가 아니고 그들의 누나던가 언니였다면 좋겠다는 생뚱맞은 생각도 해 본다.
야단이라도 실컷 쳐 보고싶어서이다.

치매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시면서도 엄마는 나를 보며 고맙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내 이름을 잊으셨기에 늘 언니라고 부르시고 손자보고는 오빠라고 부르시지만 어렴풋이 우리가 같이 살고있는 식구라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신듯하다.

요즘 엄마를 보며 나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엄마는 나와 정 반대 성격을 갖고 계신 분으로 얌전하신 분이시다.
그래서인지 치매증상도 얌전하시기만하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셨어도 기도문은 정확히 외우시고 계시는데 정신이 맑으셨을 적에 시간만 있으면 늘 기도를 하셨기 때문이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이 다음 내가 엄마입장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난 소리소리 지르며 내 성질을 못이겨 할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그래도 요것만은 엄마를 닮아서 기도는 잘 하며 지내고 있으니 이 다음에도 습관대로 기도는 가끔 하겠지만 화딱지 난다고 욕을 댓바라지게 퍼부을 것도 같다.

남들은 나한테 효녀란 소리를 많이 해 준다.
분명 칭찬의 소리임에도 나는 그런 소리 듣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못함이 많기만 한 나를 교만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피곤에 지쳐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기 때문에 엄마의 시중을
소홀히 대해드릴 때도 간혹 있고 엄마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무슨
효녀란 말인가.

우리 엄마가 제 정신이었다면 지금의 나를 이렇게 내 버려두지 않으셨을 것이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시기는 커녕 쓰다듬고 어루만져주고 모든 것 하나라도 당신
몸이 부셔져라 나를 보살펴 주셨을 것이다.

엊그제는 LA에 살고있는 외손녀가 잠깐 다녀갔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우리 안드레아만큼 끔찍히 많은 아이다.
우리 엄마는 손녀딸의 이름과 관계는 잊어버리셨지만 무척 반가워하셨다.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예전의 엄마로 기운차 보이시기도 하였다.

그러나 손녀딸이 돌아간 후에는 금방 잊어버려 또 기운없이 자리에 누우셨지만
손녀딸과 헤어지는 서운함도 모르시니 치매도 주님의 은총이란 생각이 든다.

치매가 없었더라면 엄마를 버린 자식들을 보며 엄마 마음은 얼마나 많이 아프셨을까.
치매가 없었더라면 아픈 나를 바라보시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처음엔 내 생각만 옳은 듯 용서할 수 없다는 무모한 말을 해 대며 하느님을 나의
뒷전으로 몰아세우기도 했으나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다.

막내인 내가 엄마를 차지하게 해 주셨기에 감사드린다.
엄마를 바라보며 내 마음을 비우게 되니 감사드린다.
치매로 인해 내가 아파하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시게 되니 감사드린다.
가난하기에 좋은 것을 많이 못해드려도 아무것도 모르시니 감사드린다.
그저 내가 웃으면 엄마도 웃으시는 그런 간단한 짐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내 마음은 조용한 이 밤에 마음을 비우겠노라는 다짐을 하며 나의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엄마가 살아계신 동안은 내 건강을 책임져 주십사하고 기도를 하고 있다.

어려서 철없을 적엔 멋모르고 잘 해드리지를 못했지만,이제는 조금이나마 철들어
잘 해드리려는데 나의 효를 받아드릴 힘 조차 없으신 우리 엄마가 많이 아파하시지
않도록 은총을 내려주십사하고 기도를 하고 있다.

엄마 못난 딸을 용서해 주세요.
하느님 저의 무지를 용서해 주세요.

엄마 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게 뒤늦게나마 엄마를 모실 수 있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신명나게 삽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