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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78) 신학생 쉰학생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23 조회수963 추천수11 반대(0) 신고
 
 
 
 
7월 넷째주 연중 제16주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38 - 42)
 
 
                     신학생 쉰학생
 
 
                                                글 : 하청호(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늘 웃는 얼굴로 신학원을 청소하시는 자매님이 계셨다.
아침에 강의를 들으러 갈 때도, 수업이 끝난 오후에도, 성당에 가는 복도에서도,
늘  마주치는 그분은 한시라도 쉬는 때가 있으실까 걱정이 될 정도로 쉬지 않고 계단을
쓸고  복도와 유리창을 닦으셨다.
 
하루는 정색을 하고 "조금만 쉬었다 하시죠. 고되지 않으세요?" 했더니 웃으시며
"저는요, 하느님만 생각하면 기쁘고 쉬지 않아도 됩니다." 하셨다.
 
'하느님만 생각하면' 
이 말은 당시 고단하던 내 삶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대학원 과정이었던 나는
'쉬고 싶다!'
는 축 처진 몸짓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일 년이 넘도록 원인 모를 복통으로 몸은 항상 무거웠는데,
100쪽이 넘는 논문을 하루 두세 쪽이라도 써내려가야 했다.
모든 것이 다 스트레스였다.
성당에 앉으면 쓰던 논믄이 생각나고,
책상에 한두 시간만 앉아도 아픈 목 어깨를 감싸 쥐고
운동장에 나가면 풀잎만 봐도 온갖 상념에 사로잡혔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이건 정말 신학생이 아니라 '쉰학생' 이구나 싶었다.
 
'하느님을 생각하려' 성체조배를 시작했다.
성체 앞에 무릎을 꿇고 매일 한 시간 반을 눈만 감고 있었다.
그러기를 며칠, 신기하게도 늘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굳어진 뱃속이 현기증과 함께 사르르 풀리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주시는 숨이다! 믿고 깊이 들이마시면 차차 속이 편안해졌고,
조배를 가지 않는 날은 어김없이 불편하여 하루도 거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매일 밤  연학(硏學)시간 세 시간 중 두 시간을 경당에 붙어있는데,
이상하게 논문은 하루 대여섯 쪽씩 일사천리로 써졌다.
 
 
오늘 복음에서 마르타는 '여주인' 답게 주님을 위해 시중드는 일에 분주했고,
마리아는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열심히 들었다.
마르타는 너무 바빠 마리아를 원망하며 예수님께 호소하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마리아의 몫을 칭찬하신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렇다고 "너도 음식준비는 그만두고 여기와 앉거라." 하셨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반대로 아무것도 않고 주님의 입만 쳐다보는 마리아라면 그것도 곤란하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
그것은 누구의 몫이 더 바람직하다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건 반드시 지녀야 하는
 
'주님과 일치해 있는 삶의 자세' 다.
 
마르타처럼 분주히 일도 해야 하고 마리아처럼 때로 예수님 발치에 조용히 머무르기도 해야 한다.
 
분주하게 많은 일을 하기에 앞서 마리아처럼 예수님 발치에 머무름,
이렇게 해야 산다는 것을 일 년간 무르팍이 닳도록 성체 앞에 머무르며 배웠다.
걸레질을 하든,
공부를 하든,
무엇을 하든 바쁘고 어려울수록 마음의 눈은 하느님을 향해야 한다.
 
'하느님을 생각하면' 기쁘고, 쉬지 않아도 지치지 않는다.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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