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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으로 하는 신앙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7-27 조회수1,010 추천수9 반대(0) 신고
 
 
 

<몸으로 하는 신앙> ... 윤경재


“길에 뿌려진 씨, 돌밭에 뿌려진 씨,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마태 13-23)



  이 비유 말씀은 여러 가지로 좋은 묵상거리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 말씀을 꺼내신 정황은 아마도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비아냥대었을 때 당신을 변호하기 위해서 꺼내신 비유일 것입니다.


  공생활 초기에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여러 가지 치유와 구마 기적을 목격하고 많은 군중들이 따라 다녔을 것입니다. 또 빵을 많게 하거나 죽은 라자로를 살리는 기적을 베푸셨을 때 군중들은 열광적으로 대망하던 메시아로 모시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열망에 찬 물을 끼얹으셨습니다. 인간적 생각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니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여기고 떠나갔습니다. 나중에는 몇몇 제자들만 외롭게 따라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점을 바리사이들이 비꼬며 힐난했습니다.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하자 예수님께서 그 비난에 대한 대답으로 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낸 것입니다. 당신께서 열심히 씨를 뿌렸으나 간혹 제대로 된 땅에 떨어지지 않아 소출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땅에도 분명히 떨어졌으니 조만간 많은 소출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씨 뿌리는 사람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 씨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종자씨앗 노릇을 할 터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유일 것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비유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옳겠죠.


  또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어떤 땅인지 살펴 볼 수 있게 만듭니다. 길인지, 돌밭인지, 가시덤불인지, 좋은 땅인지 반성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머리는 상당히 총명해서 누구나 무엇을 말하는지 척하고 느낍니다. 이 예수님 비유 말씀을 들은 청중들은 모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대로 실천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머리가 총명하고 순발력이 있으나 끈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몸에 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단련이 필요한데 보통은 머리에서 이해한 것을 몸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몸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내려는 '절약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몸은 계속 단련하지 않으면 좋은 습관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책에서 근육을 키우려면 평소에 자기가 들 수 있는 무게나 운동 횟수보다 더 여러 번 들고 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려야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자기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운동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때 가서야 근육도 붙고 운동 수행능력도 생긴다고 했습니다.

  악기를 잘 다루고 어떤 기구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10,000 시간을 들여야 능숙하게 된다고 합니다.


  신앙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한 번 크게 자각을 했다고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은 몸으로 하는 것이지 머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미사성제 때 모시는 성체를 예수님 몸으로 받아들여야지 상징이라 하여 머리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과 똑 같습니다.


  이냐시오 성인께서 지은 영신 수련이란 책을 읽어 보면 모두 네 단계로 신앙단련을 하는데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새로운 신앙으로 회심하고 나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단계를 말씀하십니다. 뜻밖에 세 번째 주간 마지막 단계가 식생활 조절 단계입니다. 너무 저차원적인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넷째 주에 가서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말씀하십니다.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께서 인간을 너무나 잘 아셨기에 셋째 주 과정에 그런 몸으로 실천하는 단계를 넣어 두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살펴보고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몸으로 신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말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을 몸으로 익힌 다음에라야 예수님 부활이라는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현대인들은 몸으로 익히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저 손가락하나로 되는 것을 원합니다. 무엇에든 땀 흘리고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면 다 끝난 줄로 압니다. 신앙마저 그렇게 취급하려합니다.

 

 이제는 몸으로 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몸으로 하는 신앙생활인지는 교우 여러 분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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