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주 신부(예수회)
◆선택받은 생명이라 하면 마치 누구는 구원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생명은 다 귀하다. 다만 그 용도와 삶의 질에 따라 그 영역이 구분되는 것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결정론이 있다 해도 그것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지 인간이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젊은 시절 필리핀에서 선교를 한 적이 있다. 갈릴래아 호수처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민다나오 섬의 이필이란 교구였는데, 지금도 그곳을 떠올리면 마음이 설렌다. 그곳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난했고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았다. 물고기는 하느님이 주신 일용할 양식이었다.
한번은 그곳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바다 한가운데서 밤을 보낸다길래 나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공소 회장님과 약속했다. 공소 회장님은 예수님 시대의 베드로 사도 같은 분이었다. 그런데 내 복장을 본 공소 회장님이 머리를 갸우뚱하시며 안 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나 하지, 바닷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데?’ 하며 오히려 난색을 표했다. 섬사람들의 행색은 초겨울 산행을 나가는 차림이었다. 도톰한 점퍼에 모자까지 쓴 것을 보며 ‘이 사람들이 한여름에 무슨 일이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카누(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뭍이 희미하게 보일락 말락 하는 곳에 코코넛나무로 만든 그물이 있었고, 우리는 배에서 내려 코코넛 기둥을 타고 올라가 약 50센티미터 될까 말까 한 공간에서 일을 했다. 곧 어둠이 내렸고, 그물을 내리자 제법 많은 고기가 잡혀 무척 신이 났다. 그렇게 여섯, 일곱 차례 그물을 내렸는데, 자정이 넘자 바닷바람이 여간 매서운 게 아니었다.
‘아! 이거였구나.’ 하면서도 말도 못하고 몸을 웅숭거리자 공소 회장님이 웃으며 입고 있던 외투 하나를 벗어주었다. 열대의 나라 바다 한가운데서 추위에 떨며 새벽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도 그물을 올릴 때면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졌고, 파닥거리는 싱싱한 멸치에 코코넛술 한 잔은 추위를 잊게 했다.
“요놈은 구원받은 놈, 요놈은 저주받은 놈.” 하는 공소 회장님의 물고기 감별 솜씨는 베드로 사도를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버림 받는 물고기들을 보며 바로 저들을 구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하며 중얼거리는데 동이 트고 있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다 구원해 주십시오.’ 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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