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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주인이 되자.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2 조회수654 추천수6 반대(0) 신고
 
 
 
 

<집주인이 되자> ... 윤경재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  “예!”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마태 13,47-53)



  13장 비유말씀 대목에서 종말에 관한 비유는 가라지의 비유와 그물의 비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종말에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면 문 밖에서 절치통곡할 것이라며 경고하십니다. 그때는 이미 늦었으니 후회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누가 가르고 판단하는지 새겨보아야 합니다. 두 비유에서 모두 수확 때나 종말에 하느님의 일꾼이나 천사가 그 일을 수행합니다. 그 전에는 모든 판단이 유보됩니다. 사람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창세기에서 말하는 인간의 조상 아담과 이브가 지은 원죄는 바로 선과 악을 인간이 판단하려고 꾀하는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뱀의 유혹은 선악을 알게 된다는 말로 구체화됩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창세 3,5)


  실제로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모든 다툼은 바로 잘잘못을 따져 보자고 덤벼든 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개인 간에 벌어진 다툼이나 국가와 민족 간의 분쟁도 결국은 잘잘못을 가리려고 하다가 벌어진 것입니다.


  두 가지 비유말씀 속에는 단순히 종말에 심판 받는 것에 위협을 주려고 평소에 올바른 일을 하라는 가르침뿐만 아니라 인간이 잘 넘어가는 죄에서 벗어나라는 속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서로 반목하고 잘잘못을 따지려 들 때가 바로 지옥입니다. 지옥은 어떤 공간적 개념이기 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기심을 극도로 내세우며 갈등하는 것이 바로 지옥일 것입니다. 지옥이란 사람들이 죽은 다음에 죄지은 사람들이 빠지는 어떤 곳이 아니라 바로 현세에서라도 서로 잘 났다고 우기고, 나는 선을 베풀었는데 너는 악을 범했다고 비난하는 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분노와 미움이 가득 찬 곳, 억울해서 어쩔 줄 모르고 속 태우며 사는 시간이 바로 지옥일 것입니다. 시기하고 불평하는 순간이 바로 지옥일 것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따지는 마음이 바로 지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자신을 태우고 있는지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평신도들은 본당 신부님 처사에 불평불만하고 수도자들의 행동을 헐뜯고 비난합니다. 각 단체에서도 교우 간에 웬 말들이 그리도 많은지요. 어떨 때는 이런 것들에 상처를 입고 냉담에 빠지는 경우도 여러 번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건설적인 의견을 내지 말고 피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토의를 할 때는 자유롭게 말하되 나중에 선악을 판정하듯이 잘잘못을 가려서 상처를 입히지 말자는 말씀입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분명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의견 통일을 본 다음에는 실천을 하고 나중에 결과를 반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에도 비난하는 말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일은 우리 모두가 실수한 것이니 다음번에는 잘해 봅시다.” 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악의 판단은 오로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인간인 우리는 누구라도 선악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가 어떤 직책에 있고 어떤 권위를 지니고 있더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선악을 판단하려고 시도하는 순간에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원죄의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죄가 죄를 낳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천명하듯이 죄를 끊어 버리려고 한다면 우선은 남을 판단하려는 마음부터 없애야 할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제자 된 사람은 이제 종말이 미래에 닥쳐오는 어떤 사건이 아니라 매순간이 바로 종말이라는 눈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매순간에 우리는 하늘나라와 지옥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이 세상에서 이미 들어온 하늘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참 제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제자가 바로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어 펼쳐 보일 수 있는 집주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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