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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대로 된 거울이 됩시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3 조회수773 추천수6 반대(0) 신고
 
 
 
 
 
 

<제대로 된 거울이 됩시다.> ... 윤경재


예수님께서 고향에 가시어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마태 13,54-58)



  아이들이 어릴 적에 놀이동산에 같이 놀러가 요술거울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면 우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비춰집니다. 키가 크고 날씬하게 보이기도하고, 뚱뚱한 난장이처럼 비추기도 합니다. 위아래가 거꾸로 보이기도 합니다. 얼굴도 이마가 뚝 불거져 보이는가하면 허리는 없고 얼굴만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거울이 반듯하지 않고 휘어져 있기 때문에 대상이 일그러져 보일 뿐 실제 대상이 그렇게 일그러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그런 거울에 비추인 자기 모습이 정말 그런 줄로 알고 놀라며 울기까지 합니다. 아동 심리학에서는 이런 일이 생활 속에서 실제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무심결에 아이를 두고 한 말이 자기의 실제 모습인줄로 오해하고 무의식에까지 남는다고 합니다.


  부모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건실한 생활을 하라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형이나 이웃 아이들과 비교하는데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은 자기가 열등해서 비교당하는 줄로 오해하고 스스로 못난 아이라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 부정적인 상처가 오래토록 마음에 남는다고 합니다. 흔히 옛날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리려고 너는 이집 아이가 아니라 다리 밑에서 주어왔다고 말하면 실제로 그런가하고 의심을 한동안 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꾸지람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무의식중에 자기를 믿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이런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이상하게 모든 면에서 괜찮은데 열등감을 가지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능력이 뛰어나고 우월한데도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경우는 대부분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왜곡된 자의식이 심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의 상처가 오래토록 치유되지 않고 응어리 맺혀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 각자가 이런 마음의 응어리를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표현하여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늘 어떤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입니다.(이때 향심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느껴보는 관상에 몰입하면 이런 마음의 그늘이 치유된다고 합니다.)


  이런 그늘을 지니고 어른이 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왜곡되어 타인을 정확하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휘어진 거울처럼 비춘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편견이니 선입견이니 하고 이름을 붙입니다. 실제로는 다 자신이 휘어진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남에게 잘못을 투사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면 흑인은 모두 범죄자이고 위험하다는 편견은 결국 자기가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왜곡된 성격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선입견은 자기가 잘 알고 있다고 단정하는데서 생겨납니다. 자기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고향 사람들이 이런 선입견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더 자세히 살펴보고 새롭게 깨달아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점을 살펴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남을 제대로 비출 수 있는 거울인지 아니면 휘어져 왜곡된 허상을 비추는 거울은 아닌지 반성해 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혹시 자신도 왜곡된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허상에 속아 무의식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향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지적하실 수 있으셨지만 우리들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나약해서 이그러진 허상이 실제로 자기 모습인 줄로 오인하게 됩니다. 이 점이 바로 사탄의 장난입니다. 사탄은 우리 스스로 열등감에 빠지라고 꼬드깁니다. 가장 강력한 사탄의 무기가 바로 우리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안에 성령께서 거처하시고 은총을 충분히 받아 이제는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었다고 교회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가르치는 데도 어느 누구하나 확신 있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도 하느님께서 거처하는 성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웃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그의 외모나 환경과 여건으로 판단하려 듭니다.


  분명히 내 안에 성령께서 거처하시고 이웃 안에도 성령이 머물러 계신다는 것을 안다면 주님의 지체인 교회가 이렇게 갈라지고 어긋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거울 노릇을 하여 자신을 통해 성령을 비출 수 있는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바로 거룩한 주님의 성전이며 우리의 형제자매가 바로 하느님의 아들딸이라는 것을 비추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자녀와 이웃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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