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가 일어섰다.

그가 말문을 열었다.

그가 증언하기 시작했다.

주저앉았던 그가 벌떡 일어섰다.

침묵 속에 근신하고 있던 그가 돌연 입을 열었다.

일자무식(사도 4,13)으로 통하던 그가 성령에 취해 증언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나자렛 예수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분명히 보여 주시려고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그분을 통하여 여러 가지 기적과 놀라운 일과 표징을 나타내셨습니다. … … 이 예수를 여러분은 악인들의 손을 빌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것입니다. … …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으며 우리는 다 그 증인입니다. … …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사도 2,22-36).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들의 ‘마음이 찔렸다’(37절)

이 사람이 누구인가?

볼지어다. 

들을지어다.

보는 눈이 있는 자들은 보아라(마태 13,13 참조).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마태 13,9).

볼지어다.

들을지어다.

“여러 가지 기적과 놀라운 일과 표징을 나타낸”(22절) 이 사람,

이 사람이 누구인가?

이 사람이 누구인가?

문둥병자를 낫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소경을 보게 하고, 악령을 쫓아낸 이 사람,

물 위를 걷고 풍랑을 잠재운 이 사람,

죄인과 창녀와 세리들에게 새 삶의 길을 열어준 이 사람,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로 한꺼번에 5천명을 먹인 이 사람,

죽은 사람을 살려낸 이 사람,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인가?

그가 묻는다.

대관절 이 사람이 누구인가?

누구였더냐

누구였더냐.

누가 그랬더냐.

누가 이 예수를 “악인들의 손을 빌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23절)더냐.

로마인이었더냐.

유다인이었더냐.

누구였더냐. 

역사 이래 예수 죽이기를 주모한 자가 누구였더냐.

로마 황제들, 조정(朝廷)의 대신들, 막스, 히틀러, 김일성 등 박해자들만이었더냐. 

기득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모하게 그리스도인을 학살해 온 저 압제자들만이었더냐.

누구였더냐.

역사 이래 예수 죽이기를 공모한 자가 누구였더냐.

인도로 간 예수,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다빈치 코드 등, 예수를 보통 인간으로 날조해 온 뉴에이져(Newager)만이었더냐.

예수를 부처의 제자로 만들고, 예수를 사생아로 만들고, 예수를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남편으로 만들어온 저 영적 반란자들만이었더냐. 

누구였더냐. 

새로운 윤리선생 예수, 민족의 영웅 예수, 여성운동가 예수, 보살 예수, 힌두교 크리슈나의 화신 예수, 슈퍼스타 예수, 금관의 예수 등, 자신들이 원하는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 예수를 감금해온 소위 지식인들, 소위 신학자들만이었더냐.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권세와 이상에다 예수를 갖다 붙이고 예수의 왕위를 찬탈해온 저 운동가들만이었더냐.

누구였더냐.

우리가 아니었더냐.

내가 아니었더냐.

배신으로, 교만으로, 불신으로, 죄로, 분열로, 시기로, 폭력으로, 우상숭배로 …

날마다 예수를 못 박는

우리가 아니었더냐.

내가 아니었더냐.

그가 묻는다.

그게 누구였더냐.

사람들아 아는가

사람들아 아는가.

우리가 죽인 것은 예수가 아니었다.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가 죽인 것은 우리의 희망이었다, 우리의 구원이었다,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었다.

우리는 예수를 죽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꿈을, 평화를, 행복을 죽인 것이다.

사람들아 아는가.

우리가 죽인 것은 예수가 아니었다.

우리가 죽인 것은 우리의 목숨이었다.

그가 말한다.

사람들아 아는가.

내가 증인이로다

내가 증인이로다.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36절)음을 내가 목격했노라.

내가 증인이로다.

죽었어도 살아나신 분,

죽여도 또 살아나실 분,

아니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분,

그분이 예수이심을

내가 보았노라, 아노라, 믿노라.

그가 말한다.

내가 증인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