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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의 말을 들어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6 조회수632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의 말을 들어라> ... 윤경재


“이 말씀을 하시고 여드레쯤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그분과 함께 서 있는 두 사람도 보았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덮었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제자들은 그만 겁이 났다.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제자들은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다볼 산에서 예수님께서 변모하시는 광경은 정말로 황홀한 광경입니다. 예수님과 동행했던 세 제자들은 이렇게 꿈과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서 상당히 흥분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는 이 변모사건이 일회성인 사건이 아니라 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변모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잘 살펴보면 하느님의 뜻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홀로 조용한고 한적한 곳에 가셔서 아버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셨습니다. 그 때에는 제자들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서 머무셨습니다. 오늘 일어난 변모사건은 처음으로 세 제자들을 동반하고 기도회를 나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 중에 늘 이렇게 변모하셨을 터인데 아무도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가 때가 되자 세 제자에게 특별히 참여할 기회를 허락하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생활 초기에 예수님께서는 많은 기적과 말씀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도래 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도 과연 이런 일을 수행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정확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어떤 분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적중의 기적인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베푸시고 베드로에게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루카 9,20)


  예수님께서 이제 당신이 걸으셔야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자들에게 가리켜 보이십니다. 바로 십자가의 수난입니다. 9,22절에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습니다.


  또 9,23-27절에서는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곳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를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대한 확증으로 변모하시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이시고 이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아버지의 뜻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 주십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 말씀에는 혹시라도 제자들과 미래의 제자들이 십자가의 수난이외에 다른 길이 있지나 않을까하고 의심하는 것을 방지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제자들은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즉 수난과 부활이라는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 질 때까지 제자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가능성이 모두 배제된 연후에 가서 세 제자들은 이 사실을 입 밖에 낼 수 있었습니다.


  루카저자는 여드레라는 말로써 첫 번째 주님의 날을 예시한 것입니다. 신약에서 여덟, 8은 변화와 완성의 상징입니다. 주간 첫날이 되며 주님의 날을 뜻하는 것입니다.

  밤에 산에 오르셔서 기도하신다고 기술하여 예수님께서 늘 보여주셨던 모습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언제나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기도하셨다는 것이 미리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도 중에 얼굴과 의복이 변모하셨다고 말하여 모세가 하느님을 뵙고 얼굴이 변했다는 탈출기의 언급을 떠올리게 합니다. 즉 하느님의 현존이 예수님과 제자들을 감싸고 있다는 표현이 됩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며 하느님의 뜻을 말합니다. 구름은 구약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현존을 뜻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라는 베드로의 말은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영적체험에만 머물려고 하고 세상에 나가 사명을 수행하는 것에 소홀히 하는 것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천주교에 왜 입교했는지 하는 설문 조사가 있었습니다. 그 조사에서 상당수 교우들이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거룩한 영적 체험에만 머물려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십자가의 수난을 소홀히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모든 사람이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르라는 것이며, 그 말씀을 들으라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확증을 하신 것이 바로 이 변모 사건입니다. 이 변모 사건이후 산 아래에 머물러 있었던 제자들이 간질병 든 어린아이를 치료하다가 실패해서 난감해 하는 장면이 따라 나옵니다. 한 시도 쉴 틈이 없으신 예수님의 모습과 믿음이 약한 제자들을 대비시킵니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제자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영광 뒤에는 수난이 따르게 마련이고 또 그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 더 큰 영광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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